[쓰촨 대지진] 도요타·인텔공장 올스톱…피해 확산
66개 상장기업 거래 전면중단·주가 줄줄이 하락쓰촨성 '천연가스 보고'…관련기업 손실 불가피
베이징=문성진특파원 hnsj@sed.co.kr
원자폭탄 25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것과 맞먹는 강력한 위력을 가진 강진이 스쳐간 중국 쓰촨성(四川省) 일대에 진출한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미국 인텔반도체공장 등 주요 생산시설이 일제히 가동을 멈췄다. 또한 상하이ㆍ선전증시에 상장된 66개 기업이 13일 거래가 전면 중단되는 등 대지진의 여파는 개별 기업들에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2차 지진에 대비해 희생자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석탄광산과 유화공장, 유전 및 가스전 가동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전탑 붕괴에 따른 누전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 발전소의 발전을 중단시켰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쓰촨성 청두시(成都市)의 도요타자동차 공장은 이번 지진 발생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 도요타는 청두시와의 합병회사를 통해 소형 버스와 다목적 스포츠카를 생산해온 청두시 공장에 지난 12일 지진 발생 이후 조업중단 조치를 내렸다. 도요타 측은 13일에도 가동을 멈추고 설비와 종업원 피해상황 등을 점검했다. 청두 합병회사에서 인버터 등을 생산하는 히타치(日立)제작소도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서 조업을 중단했으며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이토요카도의 쓰촨 지역 점포들도 영업을 중지했다. 쓰촨성에 인접한 충칭시에 진출한 스즈키 등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도 지진발생 이후 조업을 일시 정지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도 지진 발생 직후 중국 최대의 반도체 공장인 청두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 인텔은 반도체 조립라인을 점검하기 위해 1,600명의 노동자를 공장에서 소개시켰으며 지진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대변인은 "인텔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ㆍ코스타리카 및 상하이 인근 공장들에서도 청두 공장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공급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중국시장에 적극 진출해온 미국 보험업계도 이번 지진사태로 막대한 배상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쓰촨성은 중국 천연가스 보유고의 40%와 생산량 22%를 차지하는 곳이어서 천연가스 관련 기업이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진피해지역의 발전소를 비롯해 운송체계의 피해가 확산되며 에너지 수요가 줄고 휴업하는 공장들도 늘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지진 이후 쓰촨성에서는 중국 전력 생산량의 1%(5.5GW)에 해당하는 규모의 발전소 운전이 중지되고 6개의 변압소가 피해를 당했으며 산시성에서도 2~3곳의 변압소가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
증권시장에서도 지진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일어난 통신장애로 거래소와 연락이 두절되면서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이날 쓰촨루차오(路橋), 궈진(國金)증권, 훙다(宏達)주식회사, 산샤수이리(三峽水利) 등 45개 상장기업들의 매매정지를 결정한 데 이어 선전증권거래소도 진루(金路)그룹, 인허동력(銀河動力), 후이위엔통신 등 21개 상장기업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이날 상하이증시에서는 지진의 여파로 중국 최대 보험사인 중국생명과 중국 최대 석유사인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향후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인허(銀河)증권 투자전략부 책임자인 이펑(李峰)은 "단기적으로는 지진 때문에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충격이 클 것"이라며 "재해 상황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에 상장기업들의 손실도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진복구를 위한 사회간접시설 투자가 확대되면서 증시침체는 곧 완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메리칸 센트리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온 투자책임자는 "지진에 따른 단기충격은 있겠지만 중국의 관심이 재난구호에서 복구작업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해당 지역 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