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6일] 결재 없이도 출장 가는 국회

“의원님들의 해외 출장 계획서는 열람도 안 됩니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5일 국회의원의 8월 해외 출장 계획서를 보여달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계획서는 계획일 뿐 실제 일정이 바뀔 수 있으므로 사전에 밝힐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 관계자는 다만 해외 방문을 마치고 난 뒤에는 공개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국회 사무처의 방침 때문에 언론은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을 알고도 ‘떠난 버스에 손을 흔드는 수준’의 비판밖에 못한다. 그동안 현지 관광이나 접대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의원외교 사례를 꼬집는 기사는 많았다. 하지만 유효기간은 기사가 나간 하루 뿐이었다. 들어간 돈은 이미 사라졌고 지난 일을 되짚어 바로잡는 시도는 없었다. 사실 국회의원들은 언론 보도에 매우 민감하다. 비판 기사에 지나가듯 이름을 거론해도 전화를 걸어 항의하거나 해명자료를 낸다. 이런 그들이지만 다 끝난 해외 출장을 문제 삼는 기사에는 눈 딱 감고 넘기면 그뿐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이 문제는 순서만 바꾸면 해결된다. 만약 해외 출장 계획서가 공개되고 언론이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그대로 강행할 의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언론을 통해 외유성 의원외교의 잘못을 고칠 방법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을 돕는 역할인 사무처가 개별 의원의 출장 계획을 ‘감히’ 공개할 수 있겠느냐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은 기업에서도 출장을 가려면 사전에 예산과 일정을 담은 계획서를 결재 받는 것은 상식이다. 하물며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이다. 이들이 출장 가기 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보고하고 사전 승인을 받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다. 의원외교는 무조건 잘못이라는 고정관념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전에 계획서를 밝혀 이를 바로 잡는 일은 의원외교를 살리는 데 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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