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경제회복을 위한 제언

최근 우리 경제현상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7월 중 수출이 38.4%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30% 이상의 수출증가를 이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무역수지흑자는 183억달러를 나타내며 올해 목표치인 2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지표상으로 볼 때 과거 유례가 없는 수출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곳곳에서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IMF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힘들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처럼 실제 체감하는 경기가 경제지표보다 크게 나쁘게 여겨지는 것은 경제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경제의 어두운 쪽에 있는 사람들이 밝은 쪽에 있는 사람들보다 수적으로 훨씬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과 내수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중화학공업과 경공업간,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등 경제 각 부문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경제가 선진화되고 글로벌화됨에 따라 국가 경제시스템이 변해가고 있는 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수출구조가 반도체ㆍ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 제품으로 고도화되면서 수출의 생산유발 및 고용유발 효과 등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또한 글로벌화 및 IT 발전은 기업활동의 네트워크를 국제적으로 확장시킴으로써 노동ㆍ부품 등의 생산요소가 더이상 자국에서만 조달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경제적 문제는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가. 우선 수출증대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출의 내수경기 진작에 대한 효과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수출의 중요성까지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다. 대외 의존적인 소규모 개방경제체제에 있는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은 수출일 수밖에 없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5%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수출이 있기 때문이다. 내수경기 활성화를 유도하는 데도 수출이 가장 확실한 대안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수출환경은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중국이 세계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고, 일본ㆍ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도 경기회복을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수출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BRICs와 같은 거대 신흥시장의 개척에 주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기업ㆍ정부ㆍ수출지원기관 등이 함께 구체적인 시장진출전략을 수립, 추진해나가야 한다. 다음으로는 외국인투자 유치에 보다 적극 노력해야 한다. 기업에 있어 국적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 기업이 해외이전한 것 이상으로 외국기업을 국내에 유치한다면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IT 인프라, 고도의 생산기술, 우수한 인력 등은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히 훌륭한 자산이다. 우리의 강점을 외국기업들에 널리 인식시켜, 특히 인적자원(Human Resource)의 활용도가 높은 부품ㆍ소재산업 등에서 외국인투자가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반기업 정서, 경직된 노사관계, 각종 규제 등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들의 해결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은 외국인투자 유치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의 설비투자 증대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끝으로 연구개발(R&D) 투자의 확대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기술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며, 이는 R&D 투자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최근 일본이 10년 이상의 장기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데는 경제침체 속에서도 지속해온 R&D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신동규<수출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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