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말이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말로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도 공짜 점심이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베어스턴스ㆍ리먼브러더스 등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IB)들이 문을 닫거나 간판을 바꿔달아 순수한 의미의 IB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 그것이다.
자기자본의 수십배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을 차입해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독식할 듯 급성장하던 대형 IB들이 한순간에 파탄 지경에 이른 것이다.
왜 이들은 하루아침에 무너졌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라는 투자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결과가 파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즉 눈앞에 보이는 고수익에만 집착한 나머지 위험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다.
분수에 넘치는 욕심이 당장은 달콤한 열매를 맺을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IB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그러한 상황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미국 IB의 몰락을 두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월가의 IB 신화가 무너졌다거나 IB 모델이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 IB의 몰락은 리스크 관리와 감독실패에 기인하는 것이며 IB가 사라진다고 IB의 역할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IB의 몰락은 리스크 관리와 효율적 감독체계의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일깨워 준 값진 교훈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태를 바람직한 한국형 IB 모델을 정립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기업 인수합병(M&A) 등 IB 업무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데 그 시장을 외국 금융회사들이 독식하도록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지금은 IB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인가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 IB 육성방법과 전략을 논의할 시기다.
기업과 투자자가 존재하는 한 IB 업무에 대한 수요 또한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누군가는 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우리가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IB 시장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위기에서 새 길을 찾는 지혜, 바로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패는 조심해야 할 대상이지 두려워할 대상은 아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공도 있을 수 없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