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아프리카 석유개발 중요성

서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 나이지리아 육지로부터 100㎞ 떨어진 망망대해에 조만간 거대 해상 석유생산공장(FPSO)이 들어설 예정이다. 올 상반기부터 에르하(Erha)심해유전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이 운영권자로 있는 이 유전의 확인 매장량은 인접한 보시(Bosi)유전까지 포함하면 16억배럴로 늘어난다. 우리나라 수입 물량으로 따지면 2년치에 해당한다. 위 성공담이 먼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두 유전의 바로 위, 한국 컨소시엄이 운영권자로 참여하고 있는 제주도 면적의 1.3배 크기인 약 2400㎢의 두개 심해유전(OPL 321ㆍ323)에서 정상적으로 생산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역시 오는 2014년부터 보시ㆍ에르하유전처럼 원유 생산의 영광을 맛볼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은 오랜 기간 지속됐던 대해(大海)의 적막을 깨고 석유 개발의 움직임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은 서아프리카를 중동의 정정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석유 공급 전략 지역으로 간주하고 서아프리카 원유 확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국영 석유회사들은 서아프리카 국가의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제시하며 석유개발사업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석유산업 관련 유력 컨설팅회사인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지난 5년간 새로이 발견된 원유 확인 매장량의 3분의1을 차지함으로써 ‘성공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투자 가치가 입증되면 몸값은 자연스레 올라가기 마련이다. 나이지리아 심해의 개발광구인 악포(Akpo)유전 지분 매입을 둘러싸고 인도와 중국이 20억달러 이상의 ‘머니 게임’을 벌인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싼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전세계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에너지원 확보 ‘광풍’에 묻혀버렸다. 인도ㆍ중국뿐이 아니다. 엑슨모빌은 지난 5년간 아프리카 석유사업에 12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향후 2010년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미 아프리카에 50억달러를 쏟아부은 셰브런도 향후 세 배 이상 투자를 확대, 총 15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참으로 대단한 경쟁이다. 이처럼 ‘골리앗’ 같은 거대 석유회사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가 많은 석유 메이저들이 탐내던 나이지리아 2개 심해광구를 확보한 것은 아무리 ‘자화자찬’을 해도 지나친 일은 아니다. 한국 컨소시엄의 성공 비결은 자본의 열세를 무릅쓰고 플랜트 건설 등 전력사업 투자와 연계한 전략이었다. 석유 메이저들이 지난 50년간 아프리카 대륙의 ‘검은 에너지’를 뽑아가는 동안 그들의 빈곤과 저개발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 모델’에 대한 적잖은 부러움과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아프리카 산유국들이 인프라 건설을 내건 우리를 손짓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최근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발족시킨 에너지산업해외진출협의회는 이 같은 나이지리아에서의 성공을 더욱 확대해 발전설비ㆍ플랜트ㆍ조선ㆍ통산산업과 연계한 “한국형 해외 자원 개발 확보 전략”을 적극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마스터플랜이 잘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는 자주원유개발률의 비약적인 도약을 맞이할 전망이다. 또한 지나친 중동 의존도에서 탈피해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성과까지 거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나이지리아 2개 심해광구 확보를 통해 서아프리카 지역자원 개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제 시작이다. 10년 뒤, 대서양 망망대해에 메이저가 아닌 우리나라가 원유 생산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