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이라크의 오일달러는 누가 챙겼을까?’
주권이양후 이라크의 ‘오일 머니’에 대한 진실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UN은 대외교역금지 등의 경제재재를 받던 이라크에 식량ㆍ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구입을 위한 석유수출을 허용하는 석유ㆍ식량프로그램을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이 진행된 7년간 총거래액은 1,00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이라크전 종식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UN관계자 등에게 거액의 뇌물을 뿌리고 원유판매액을 착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석유ㆍ식량프로그램을 둘러싼 비리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이라크의 석유수출대금을 독일산 벤츠 리무진, 프랑스산 향수 등과 같은 호화사치품 구입에 썼다는 증거들이 드러나면서 유엔이 기금을 방만하게 관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작년 11월 기금관리권한을 UN으로부터 넘겨 받은 연합군임시행정처(CPA)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백악관은 미군과 CPA가 이라크 점령기간동안 미 의회가 승인한 이라크 재건비용 184억달러 가운데 3억6,600만달러만 사용한 반면 이라크 자금은 120억달러나 끌어썼다고 밝혔다. 또 CPA는 후세인 정권 붕괴후 원유수출로 벌어들인 200억달러를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감사를 거부해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조사가 총9건이나 진행중이다. 최초의 조사는 아흐마드 찰라비가 이끄는 이라크국민회의는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폴 브리머 전 미군정 최고행정관은 찰라비 자신이 이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라크고위감사위원회에 조사를 맡겼다.
그러나 조사책임자였던 에산 카림이 폭탄테러로 사망하면서 이를 둘러싼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정권이양후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총리가 이라크국민회의의 조사 재개를 승인할 태도여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UN은 폴 볼커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내세워 자체조사를 시작했고 미국 의회, 재무부, 법무부, 검찰 등도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UN과 미국의 도덕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국민회의의 조사에 참여했던 워싱턴 소재 법률회사 패튼 보그사의 제임스 맥카프레이는 “UN과 미국의 자금유용으로 이라크는 적어도 150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