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5월 20일] 명품서 배우는 특산물 마케팅

이진호(양양군수)

‘명품은 불황을 타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국내에 진출한 명품 브랜드들의 지난해 매출이 지난 2007년에 비해 최대 66%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아름다움이나 가치에 대한 기준과 안목은 한번 높아지면 언제나 그 이상을 추구하게 된다. 불황에도 명품이 꾸준히 팔리는 이유일 것이다. 양양송이 산지 환경관리 성과
불황을 모르는 명품의 인기는 지역 특산물의 마케팅 전략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현재 지역 특산품의 명품브랜드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경북 안동의 ‘전통한지’ ‘주문진 오징어’ ‘정선 황기’ ‘금산 인삼’ 등 일일이 다 거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양양군도 정부가 추진 중인 농촌 활력 증진사업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양양송이의 명품 브랜드화에 힘써왔다. 송이 채취꾼 사이에서 ‘송이 나오는 자리는 아들한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희소성이 있는데다 양양이 가진 천혜의 자연조건 덕에 수분함량이 낮고 씹히는 맛과 향이 뛰어난 양양송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그 자체로 명품의 가치를 가진 훌륭한 상품이지만 이 가치를 브랜드화해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죽은 나무에서 영양분을 흡수해 자라는 일반버섯과 달리 높은 산에 자리한 살아있는 소나무에서만 자라는 송이는 온도와 습도, 서늘한 기후와 적당한 비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표고나 영지, 느타리처럼 재배할 수 없다. 양양송이는 현재의 기술로는 산에서 직접 채취해야만 얻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채취량이 해마다 줄고 있는 추세다. 한정된 수확량에 수요가 많아지자 양양송이의 명성에 편승한 짝퉁이 등장하기도 했다. 양양군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데 생각을 모으고 철저한 품질관리에서 해결점을 찾았다. 이를 위해 우선 송이가 생육하기 적합한 송이산지를 만들기 위한 환경조성사업을 마쳤다. 1,170ha의 송이산지 중 900ha에 대해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구축하고 송이 산을 과학적으로 관리해 양적ㆍ질적으로 안정적인 송이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에도 집중 투자해 20여종의 송이 가공 상품을 개발해 시판하고 있으며 현재는 기술혁신 연구, 체험, 교육 기능 등을 강화하기 위한 송이밸리테마파크를 조성하며 송이산업의 질적 도약을 꾀하고 있다. 또한 북한산ㆍ중국산 송이가 ‘양양송이’로 둔갑해 소비자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06년, 임산물로는 최초로 양양송이를 산림청의 지리적표시등록 제1호 품목으로 등록했다. 이에 따라 양양송이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유통되는 양양송이에는 한글로 ‘양양송이’, 영문으로는 ‘Yangyang Pine-mushroom’이라는 명칭이 부착돼 생산지와 품질이 보증된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써 지리적표시제 시행 첫해 양양송이영농조합법인이 수집해 공판한 양양송이는 추석 이전까지 1등급 1㎏이 30만원대의 가격을 꾸준히 유지했는데도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철저한 품질관리가 경쟁력
올해도 명품 브랜드로서 양양송이의 가치와 신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시행된다. 우선 양양송이의 생산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송이생산이력제 시스템을 구축해 오는 9월 송이축제부터는 인증된 명품송이를 선보이게 된다. 양양송이영농조합이 판매ㆍ유통하는 모든 송이는 채취일자 등의 정보를 골드라벨(띠지)에 부착하게 되고 양양송이의 홍보 및 관리를 위해 모든 정보는 홈페이지에도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 양양송이의 명품으로서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양양송이 용기와 골드라벨 개발 용역결과에 따라 보존기간 연장을 위한 포장용기, 갈변현상을 막고 상처를 주지 않는 숨을 쉬는 소재, 습기에 강한 기능성 재질의 라벨 등을 개발해 명품으로서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될 예정이다. 경쟁력을 키우고 농가의 소득 증대와 농산물 개방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 각 지역이 택한 농수산물ㆍ특산품의 고급화ㆍ명품화 전략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필수 전략인 것 같다.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해 철저하게 관리할 때 확실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은 물론이다. 이에 더해 양양군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쏟는 정성이 소비자들에게도 전해져 우리 농림축수산물의 인기도 명품 못지않게 꾸준히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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