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련 공공연구기관의 수장(首長)이 비정규직 사용기간 폐지, 정규직 해고조항 완화 등을 주장하고 나서자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은 23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새로운 발전전략 모색을 위한 국정과제 세미나’에 참석, ‘비정규직 보호법의 효과와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할 예정이었으나 한국노총이 발제문 내용에 반발하며 세미나 봉쇄에 나서면서 결국 발표를 하지 못했다.
박 원장은 당초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문을 통해 비정규직법 개선방향 4가지 대안 중 하나로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철폐를 주장할 계획이었다. 박 원장은 발제문에서 “사용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거나 2년 사용후 2년 연장하는 방안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연장에 불과하다”며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기간제 근로에 동의할 경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사용기간 제한이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예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는 비정규직 사용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고 관련 조항을 완화하고, 퇴직금 관련 조항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박 원장은 비정규직법 개정 이유에 대해 “법 시행 뒤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기간제나 반복갱신 근로자는 줄고 가장 열악한 계속불가 근로자들은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발제문을 사전에 입수한 한국노총은 22일 노동연구원을 항의 방문한데 이어 이날 토론회 봉쇄에 나섰다. 파문이 확대되자 박 원장의 발제는 이날 토론회 순서에서 빠졌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중립적 입장에서 노동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ㆍ분석함으로써 합리적인 노동정책 개발에 일조해야할 노동연구원장이 직분을 망각하고 노사관계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박 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노총은 연구원 노사관계고위지도자과정에서 간부들을 철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