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24일] 정말 옮기기는 옮깁니까?

얼마 전 역대 공무원교육원장이 함께 모여 모처럼 옛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화두는 오는 2012년으로 예정된 교육원의 지방이전 문제였다. 한마디로 교육원만은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지난 1949년 3월에 문을 연 중앙공무원교육원은 1974년 대전으로 옮긴 후 훌륭한 강사진 확보 등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1981년 다시 과천청사단지 내인 수도권으로 옮겼다. 사정이 이런데 또다시 무슨 뚱딴지 같은 지방이전이냐는 의견들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복잡하다. 내년도 예산에 설계비가 31억원이 계상되고 있는 등 이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직원들을 포함해 모두가 설마 옮겨지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사정을 대충 알아보니 혁신도시에 이전하기로 돼 있는 다른 공공기관도 대동소이해 그동안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몇몇 기관을 제외하고는 설마 이전이 되겠느냐는 배짱들이었다. ‘정말 옮기기는 옮깁니까’라는 되물음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국가의 먼 장래를 생각해볼 때 가장 논란거리가 많은 정책이 아마도 행정중심복합도시ㆍ혁신도시건설 등을 포함,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이 아닌가 싶다. 물론 과밀현상을 넘어 나라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중앙과 지방 간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그 뜻은 누가 뭐래도 나무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수단과 방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지금 와서 어떡하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면 모두들 답답한 심정뿐이다. 그러나 ‘궁즉통(窮卽通)’이라고 사람 사는 곳에 왜 해결방법이 없겠는가. 공공기관이전보다 더 크고 알찬 효과로 지방을 살찌워 균형발전을 이루면 당초 정책 취지도 살리고 모두 윈윈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현대자동차 유치를 위해 미국 앨라배마주에서는 평당 1달러에 공장부지를 내놓지 않았는가. 어차피 국민의 세금으로 토지보상 중인 땅을 기업체에 거의 무상에 가깝게 공평하게 분양해주면 해외로 나가는 국내 기업들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는 것처럼 교육과 의료의 보장이 없는 공공기관의 이전은 주말 하숙생만 늘리게 될 것이다. 최소한 교육과 의료 정도는 지방에 균형적으로 보장돼 종업원이 함께 ‘생활’할 수 있게 해줘야 기업이전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의사당ㆍ대법원이 서울 한복판에 버티고 있는 한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이전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 같다. 설사 옮긴다 하더라도 그런 비효율과 낭비가 어디에 또 있겠는가. 시간은 자꾸 가는데 답답하다. ‘거기 누구 없소! 고양이 목에 방울 다실 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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