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 '업그레이드' 문화투자.후원 늘려야성공적인 애니메이션 1편이 자동차 10만대 수출보다 큰 수익을 올린다.
최근 국내에서도 개봉한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상영 한달여만인 지난해 크리스마스직후 전세계에서 2억6,32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해리포터 돌풍은 이제 막 시작일뿐 원작을 기초로 총 7편의 시리즈가 매년 세계시장을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용 CD, 주인공 해리포터의 캐릭터 상품, 영화음악 등 창출될 수 있는 모든 부가가치를 따진다면 천문학적인 경제규모로 변한다.
하나의 이미지, 문화상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막강해졌다.
반면 압축성장을 거쳐야 했던 한국은 외형에 비해 부가가치 창출 능력은 뒤지는 부조화에 시달리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이미 매출규모에서는 선진기업과 견줄만하지만 수익성을 따지면 여전히 바닥권이다. 고부가가치를 이끌어낼 소프트 경쟁력이 뒤지기 때문이다.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국은 이제 문화마케팅등을 통한 '제2 도약'의 가능성에 눈을 돌려야할 시점이다.
◆ 성공한 이미지, 실패한 이미지
요즘 중국 베이징의 고교생들은 주말만되면 TV앞에 몰려든다. 우리나라의 장학퀴즈와 같은 중국판 장학퀴즈 'SK짱웬방(장원방)'을 시청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북경TV에서 주말 3회 방영하고 지방 네트워크인 상해, 호남, 강소, 대련TV의 주말 시간대에도 동시 방영되고 있다. 교양프로그램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특히 이 프로그램 앞뒤에는 중국청소년의 영웅인 상란(올핌픽 금메달 후보로 촉망받던 중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된 체조선수)과 장건(발해해협을 55시간 동안 헤엄쳐 건너 기네스 기록을 수립한 북경대 교수)이 등장, '젊은이의 패기를 살리자'는 공익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중국 청소년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 프로그램과 캠페인이 바로 SK가 중국에서 펼치는 대표적인 문화마케팅. 어찌보면 별것도 아닌듯 싶은 이 같은 투자와 노력이 낯선 한국기업 SK를 중국 청소년의 절친한 친구로 만들고 있다.
반면 중남미, 특히 아르헨티나에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권이다.
갤럽 아르헨티나가 최근 현지인을 대상으로 싫어하는 이민족을 설문조사한 결과 무국적인 집시(45%)에 이어 한국(25%)이 2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제일 싫어하는 나라로 꼽힌 셈이다. 중남미에서 만들어지는 사회고발성 영화에는 의례 한국인 출신 악덕 기업주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중소무역업체 K사장은 "중남미 지역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에 대한 현지인의 왜곡된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며 "중남미에서는 비즈니스맨으로 바라보기에 앞서 어글리 코리안으로 먼저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력에 비해 성과는 적고, 여타 시장보다 훨씬 많은 시장개척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지원세력 확보에 눈을 떠라
지난 2000년 일년동안 영국기업들이 각종 문화행사를 후원하기 위해 기부한 금액은 2조7,000억원을, 프랑스 기업들은 2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투자의 결과가 세계 공연예술의 요람으로 자리잡은 카네기홀, 국제 자선사업의 대부로 대접받는 록펠러재단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기업들의 이 같은 지원금은 단순히 문화예술계의 발전으로 그치지 않고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 문화를 중시하는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존경이 오랜 시간을 두고 두텁게 쌓여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지원한 기부금(2000년 기준)은 영국의 2.5%, 프랑스의 3% 수준에 불과한 626억원이었다. 마지못한 동참과 적극적인 참여. 문화행사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어느 수준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지표다.
◆ 열려있는 가능성
상품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직접 파고드는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업 이미지, 나아가 국가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문화마케팅이 병행될 때 시장 파괴력은 배가된다.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에서 '베이징 2008 올림픽 유치기원 중ㆍ한 수퍼음악회'가 열렸다. 이 음악회에는 국내 인기가수들을 보기 위해 5만명의 중국인이 공연장을 찾았으며,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방송됐다.
이 행사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던 삼성은 자연스럽게 13억 중국인의 뇌리에 '디지털 삼성'이란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
반경수 더미디어 대표(지역정치학 박사)는 "문화마케팅에 대한 투자는 소비자들의 가슴에 존경받을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구분짓게 한다"며 "기업 이미지를 한단계 한단계 높여가는 노력을 통해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한국 브랜드가 동시에 업그레이드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형기팀장 kkim@sed.co.kr
문성진기자 hnsj@sed.co.kr
이규진기자 sky@sed.co.kr
홍병문기자 goodlife@sed.co.kr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최원정기자 baoba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