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진로] 한국號 구조조정 조속 마무리
서울경제-현대경제硏 공동 진단
2001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진정한 새 천년의 시작이기도 하다. 기대와 설렘 속에서 맞이한 2000년에 한국경제는 'IMF 위기 조기 극복'이라는 자긍심과 함께 '제2의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맛봐야 했다.
새해에는 지난해에 남겨진 우리경제에 대한 절망과 불신을 씻어내고 새 천년 경제도약의 기틀을 다져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시작한다. 새해에 한국경제가 믿음직한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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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에 배태된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새 천년의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에 맞는 새로운 성장 동인을 확보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은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경제의 위기적 현상과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구조조정의 공과를 평가한 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인을 모색함으써 새 천년 한국경제의 진로를 설정해 보기로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급랭하면서 한국경제는 현재 외환위기 때와 같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소비, 투자, 생산 등 모두 지표들이 하강세를 보이고 있어 '제2의 위기'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위기와 장기침체로 연결되는 것을 우려하는 '남미형 위기 반복론'이나 '일본형 장기침체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한국경제가 처한 당면 문제점과 원인, 향후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당면 문제점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의 재발가능성이 우려된다. 올 3월까지 만기도래하는 20조원의 회사채 물량은 금융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금융기관들의 대출기피와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채권시장 위축도 자금시장을 얼어붙게 할 것이다.
결국 일부 초우량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우량기업도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외 여건 변화에 대해 매우 취약한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을 감안할 때 선진국 경기의 악화나 고유가 지속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0.19)이나 일본(0.17)에 비해 0.65에 이르는 높은 무역의존도(수출+수입/GDP)가 말해주듯이, 우리나라는 성장의 많은 부분을 대외 부문에 의존하고 있다. 또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로 인해 국제 유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미국 다우 및 나스닥지수와 80% 이상 동행하는 것처럼 연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우리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근본 원인
한국경제가 자칫 '제2의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져 있는 것은 우선 과거지향적 구조조정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청사진이 없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정에서 기업과 금융, 기업과 정부, 정부와 금융 등 각 부문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정책 추진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외환위기 초기의 빅딜 논의, 벤처 관련 정책의 난맥상, 금융 구조조정의 불확실성 등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둘째, 구조조정에 밀려 전통적인 거시경제 정책이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구조조정만이 최우선 정책 과제로 등장하여 적정 성장 및 고용 유지, 물가 및 금융 지표의 안정이라는 거시경제 정책의 목표를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분위기가 생성되고 있다. 특히 실물경제 측면에서 설비투자의 위축이 미래 성장잠재력의 잠식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제전문가 또는 정책당국자 중에는 기업의 설비투자를 경제위기 초래의 근본원인으로 보는 시각까지 있다.
셋째, 한국경제는 지난 30년간 생산요소의 투입 증대에 의존해 왔던 양적 성장구조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
즉 경공업은 저렴한 노동력 투입, 중화학공업은 대규모 자본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결과 임금 상승, 금융비용 부담 가중, 높은 입지 및 물류비용 등 고비용 구조와 함께 저생산성과 기술력 낙후 등 산업의 저효율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특히 연구개발투자 규모, 기술인프라, 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기술개발력은 아직도 미국 등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가능성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끝으로 천민자본주의, 기업과 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정치적 후진성 등으로 대표되는 가치관 혼돈 현상도 경제 위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급격한 산업화 과정과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근면, 성실, 검소와 같은 건전한 자본주의 정신이 실종되고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 등 '천민 자본주의' 의식이 팽배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향후 과제
한국경제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기 극복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마무리함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 원천을 확보하고 새로운 경제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기업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 경영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양적성장위주에서 질적성장으로 성장 전략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