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19일] 애플 리사

마우스나 그래픽 기능이 없어도 컴퓨터로 쳐줄까. 그랬다. 애플컴퓨터가 1983년 1월19일 ‘애플 리사’를 선보이기 전까지는. 신제품을 내놓은 공동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기대에 부풀었다. 리사는 그만큼 혁신적이었다. 4년 동안 개발비만 5,000만달러가 들어갔다. 마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터. 공장도 없이 차고에서 손으로 두드려 PC를 만드는 ‘괴짜들의 히피 기업’이란 평가를 비웃듯 1982년 매출 10억달러선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이다. 결과는 기대와 딴판. 대당 9,995달러라는 가격에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2년간 판매대수는 고작 10만대. PC 대중화 시대를 연 애플Ⅱ의 신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스티브는 첫째 딸 리사 잡스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브랜드명을 매킨토시로 바꿨지만 판매는 여전히 부진했다. 리사 생산 라인은 1985년 폐쇄됐다. 판매 잔여분은 유타주의 땅 속에 묻혔다. 실패한 모델로 끝났지만 리사는 PC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마우스며 그래픽ㆍ플로피디스크 채용 등 오늘날 PC의 원형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고가=판매 불가능’이라는 반면교사를 얻었다. 가격인하 경쟁도 불 붙었다. 리사의 실패 후유증으로 스티브는 1985년 회사에서 쫓겨났다. 돌아온 것은 1997년. 경영난을 겪던 애플의 마지막 카드였다.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은 “차라리 문 닫는 게 나을 것”이라며 스티브의 복귀를 조소했지만 처지는 최근 뒤바뀌었다. 애플이 시가총액에서 델을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 스티브가 마이클 회장에게 1997년 발언의 공개취소를 요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뉴욕증시의 대장주 자리에 오른 애플은 새로운 데스크톱과 노트북PC를 내놓을 참이다. 애플 리사의 기억은 지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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