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軍, 정보수집ㆍ보고체계 '엉망'

'인분'사건 열흘 지나 장관에게 늑장 보고<br>훈련병 가족들 "가슴 찢어져" 비난 잇따라

육군훈련소의 장교가 훈련병들에게 강제로 인분을 먹도록 한 사건은 군의 정보수집ㆍ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군 기강문란의 극치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육군이 지난해 10월 단행한 준장진급 인사에서 대규모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가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분을 먹도록 강요한 사건이 터져 육군에 대한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인분을 먹은 일부 훈련병들이 가족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가족들이 청와대 인터넷 홈 페이지 등에 관련 사실을 제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육군 지휘부를 비롯한 군 정보ㆍ수사기관인 기무와 헌병조차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육군훈련소 이모(학사 35기.28)대위가 좌변기 20개 중 2개의 물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192명의 훈련병들에게 손가락으로 인분을 찍어 입에 넣도록 강요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달 10일이다. 절반 가량이 인분을 찍은 손가락을 실제로 입에 넣었고, 이 같은 황당한 사실을알게된 가족들이 청와대 인터넷 등에 관련 사실을 제보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한두 명도 아닌 192명이 관련된 사건을 훈련소 간부 뿐 아니라 훈련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무와 헌병조차도 열흘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어서 사실상 군 정보수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육군은 20일 이를 눈치챈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진상조사에 나서 겨우 사건의 개요만 파악해 수뇌부를 비롯한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늑장 보고를 했다. 하지만 김종환 합참의장에게는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때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규모 문책이 있은 뒤 철저한 군기강 확립을 약속했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아 '공염불'이 되고 만 셈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 및 육군 인터넷에는 '요즘 같은 세상에 어떻게 똥을 먹일 수있느냐'며 군을 비난하는 훈련병 가족과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훈련병인 동생을 둔 누나는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고 너무나 가슴이 찢어집니다. 참으로 억장이 무너집니다"라며 "열심히 군복무를 하고 있을 모든 군인들만큼은 이 비보를 듣지도 보지도 않게 해주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한 아버지는 "민주화되고 좋은 세상이라고 여기며 믿어왔는데 세상에 인분을 먹이다니 너무합니다. 군은 정신차리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비통한 심정을 토해냈다. 아들이 육군훈련소에서 훈련 중이라는 한 어머니는 "며칠 전 입소 일주일 된 훈련병의 사망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는데 또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내 동생, 내 아들이라 생각하고 자랑스럽고 씩씩한 멋진 대한민국 군인이 될 수있도록 제발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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