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핵융합에 관한 과기부의 3가지 거짓말

핵융합 연구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전문가만이 알고 있는 거짓말 하고 있어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미래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고 있는 핵융합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와 주관연구기관인 핵융합연구센터가 ▲핵융합 방식 ▲핵융합 연료 ▲핵융합 안전성 등에서 사실과 동떨어진 표현을 쓰고 있다. 명백하게 국민을 속이는 것은 아니지만 소위 전문가들만이 알고 있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전기 등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소가 우라늄 등의 연료를 핵분열 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는 반대로 1억~3억℃ 이상의 고온 플라즈마에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융합시켜 에너지를 생산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부터 3,090억원을 투입한 핵융합 실험로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actor,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를 오는 8월 완공,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한 EU·미국·일본 등 7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핵융합 실험 계획인 ITER 사업에 2016년까지 10년간 8,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실험로 건설에만 소요되는 것이며, 운용에 소요되는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연구 프로젝트인 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첫 번째 거짓말] 삼중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과기부와 핵융합연구센터가 공개하고 있는 핵융합 관련 자료에는 모두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고 돼 있다. 물론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삼중수소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오는 8월 완공되는 핵융합 실험로 KSTAR는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이 아닌 중수소 핵융합만이 이뤄진다. 이는 ITER 사업 참여를 목적으로 KSTAR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KSTAR가 ITER의 축소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오는 2016년 프랑스에서 완공될 예정인 ITER의 경우 KSTAR와 달리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 실험을 할 예정이다. KSTAR가 당초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 실험을 목표로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핵융합연구센터 관계자는 “삼중수소를 사용할 경우 방사능 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차폐시설이 필요하고, KSTAR가 대전 도심 인근에 설치되는 등 안전문제로 인해 중수소만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욱이 KSTAR의 경우 운영 초기에는 중수소도 아닌 수소만으로 플라즈마 실험을 할 계획이며, 2010년께부터 중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실험을 한다는 계획이다. 핵융합 전문가들은 중수소를 이용한 경우에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만 수소만을 이용할 경우 플라즈마가 생성돼도 핵융합 반응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 거짓말] 핵융합 연료는 무한한가? “핵융합에 필요한 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 속에 무한할 정도로 존재하고 있으며, 핵융합로 안에 리튬을 투입하면 삼중수소 역시 무한할 정도로 생산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수소폭탄의 원료며 핵융합의 핵심 연료인 삼중수소는 손쉽게 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수소폭탄 제조를 위한 군사목적의 삼중수소 생산을 제외하면 민간차원에서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중수로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캐나다와 우리나라 정도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활용 가능한 삼중수소가 전무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조만간 월성에 있는 4기의 중수로에 ‘TRF’라는 장비를 장착, 삼중수소를 포집할 계획이다. 이 TRF가 본격 가동될 경우 연간 700g 수준의 삼중수소가 고체 화합물 형태로 확보된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총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TRF를 설치하는 것은 중수로에서 발생되는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를 제거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지만 부수적으로 삼중수소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이는 ITER이 본격 가동될 경우 저장했던 삼중수소를 고가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TRF가 본격 가동되면 연간 저장용기 14개 분량의 삼중수소가 생산되며, 저장용기 1개 당 약 50g의 삼중수소가 저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삼중수소는 자연에서 무한정 생산되는 연료가 아니라 중수로의 가동을 통해서만 생산되는 자원이다. 한수원이 삼중수소를 포집하고 있는 것과 관련, 핵융합연구센터 관계자는 “ITER이 본격 가동되고, 다른 핵융합 발전 실험이 이어질 경우 수요가 급증해 삼중수소를 고가에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며, 방사능 폐기물이었던 삼중수소가 핵융합 연료로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ITER 사무국이 뒤늦게 한국을 회원국으로 포함시킨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삼중수소 생산기지로서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캐나다의 경우 ITER 회원국 참여를 포기한 상태며, 군사목적의 삼중수소를 생산하는 미국 등은 생산 여부와 양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삼중수소의 가치가 증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월성의 중수로 4기 이외에 신규 원자력발전소는 모두 경수로 형태로 건설되고 있다. 당초 6~8기로 예정됐던 중수로 역시 월성 4기 이외에 추가할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 관계자는 “리튬을 이용해 핵융합로 안에서 삼중수소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삼중수소 증식과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다른 것이다. [세 번째 거짓말] 핵융합 연료는 청정한가? “핵융합은 폐기물이 없는 청정 에너지원이다” 기존 원자력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당량의 사용 후 핵연료 및 고준위 핵폐기물이 발생된다. 반면 핵융합은 이 같은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핵융합에 사용되는 삼중수소는 이미 수소폭탄의 원료인 방사능 물질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를 사용할 경우 방사능 누출의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핵융합 실험 중 방출되는 중성자가 코발트 등과 결합할 경우 매우 위험한 방사능 물질이 된다. 다만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에서처럼 폐기물을 수 십~수백 년 간 보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위안이다. 핵융합연구센터 관계자는 삼중수소를 사용한 핵융합 실험 여부와 관련, “KSTAR의 가동기간이 끝나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차폐시설 등을 갖추고 삼중수소를 사용한 핵융합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KSTAR를 폐기시키기 직전 단계에서 삼중수소 실험을 진행한 뒤 방사능에 노출된 시설물은 폐기시킨다는 의미다. 결국 단순 실험수준이 아닌 에너지 생산을 위한 핵융합 실험에는 삼중수소가 필요하고, 삼중수소를 사용할 경우에는 청정에너지란 말을 사용할 정도의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하다는 등식을 가능케 한다. 과기부 관계자는 “청정에너지라는 표현은 현재의 원자력 발전에서 발생되는 핵폐기물과 비교해 핵융합이 상대적으로 청정하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 다른 의문] 연구의 다양성은 불필요한가? 미래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여러 방법 중 핵융합은 기존 원자력 발전처럼 대규모 에너지 생산에 적합하다. 하지만 핵융합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토카막으로 불리는 ‘자기밀폐방식’과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하는 ‘관성밀폐방식’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추진 중인 핵융합 프로젝트인 KSTAR와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ITER의 공통점은 모두 토카막 형태의 자기밀폐방식이다. 과기부와 핵융합연구센터 관계자는 모두 “현재 가장 기술이 발달된 것이 자기밀폐방식이며, 관성밀폐방식은 에너지 생산이 아닌 군사적인 목적으로만 연구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한정된 연구 예산의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현재의 방식을 채택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은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핵융합 분야에서 올인 하고 있는 자기밀폐방식이 실패하거나,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하는 관성밀폐방식이 보다 우수한 성과를 얻을 경우 1조원이 넘는 투자비는 물거품이 되고 다른 방식의 핵융합 분야에서는 후진국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관성밀폐방식의 핵융합을 연구하는 관계자는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냐는 측면에서 보면 두 가지 방식의 기술차이는 근소하다. 미래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관성밀폐방식 연구에 KSTAR나 ITER 투자비의 100분의 1, 아니 1,000분의 1이라도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