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산 투기 부추기는 ‘개발 오적’ 해부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br>김헌동·선대인 지음, 궁리 펴냄<br>건설업체·관료·정치인·언론·연구인력등 집중분석<br>공공택지활용등 부동산공화국 오명 구원해법 제시

지난해 청약을 실시한 용산 시티파크 분양에는 600여 가구 분양에 7조원의 청약 자금이 몰려 온 나라 안을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몰아넣었다. 김헌동 경실련 단장은 아파트값 폭등 배후에는 이를 부추기는 ‘개발 5적’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한다.시티파크 청약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부동산 문제로 나라 안이 떠들썩하다.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 지난 2000년부터 아파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낀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에 대통령까지 나서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도무지 집값이 쉽게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내 놓았던 묘약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자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이달 말 극약 처방에 가까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집값이 쉽게 떨어질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 분위기다. 부동산에 관한한 특단의 대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문제가 얽혀있음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여년간 건설업계에 몸담았던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단장과 미디어다음 선대인 기자가 함께 쓴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는 일반인이 직감적으로는 느끼고 있지만 말로는 똑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하는 부동산 문제의 근원을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들은 나랏님 의지로도 잡지 못하는 아파트값 폭등 배후에 이를 부추기는 강한 기득권 세력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집값 하락을 원치 않는 기득권 층인 ‘개발 5적’이 전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고 온 국민을 투기판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고 꼬집는다. 김지하 시인의 5적에 빗대어 표현한 개발 5적은 ▦재벌로 성장한 대형 건설업체 ▦국민의 요구보다 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건설교통부와 재정경제부 관료 ▦재벌과 건설업계 뒤를 봐주면서 검은 돈을 챙기고 지역 개발 사업에 개입하는 정치인 ▦재벌과 건설업체 광고 매출에 신경을 쓰는 일부 언론 ▦업계와 관료들로부터 각종 용역을 받아 기생하는 관련 연구인력 등을 말한다. 세계 최고로 알려진 강남 아파트 값 수준은 흔히 말하듯 공급부족 탓일까. 저자들은 공급부족은 허울좋은 변명일 뿐 사실은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 구조와 건설업계의 오래된 부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부추길 뿐 부동산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몇 년 동안 공공택지에서 주택이 공급돼온 방식을 보면 아파트 값이 폭등하고 투기가 준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과 서민 주거생활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국민의 땅을 강제 수용한다. 이어 토공과 주공 등이 나서서 공공 택지를 조성한다. 시세의 절반 가격에 민간 건설업체에 공공택지를 분양한다.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 제도와 분양가 자율화 체제 아래 민간 건설업체들이 주변 시세에 맞춰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다. 높게 책정된 분양가 때문에 주변 시세가 다시 뛰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국민들은 주택 가격의 폭등으로 고통스러워 한다.” 주택난 해소와 부동산 투기 억제, 서민 주거 안정 등을 명목으로 제정된 택지 개발 촉진법에 따라 정부가 펼친 부동산 개발 결과가 집값 폭등만을 불러 일으켰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국민의 호주머니 돈에서 나온 막대한 개발 차익은 결국 공기업과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렸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대책이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공공택지를 제대로 활용하고 공공보유 장기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는 공영개발론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공기업이 택지를 조성한 뒤 시행사 역할을 맡아 아파트 건설사업의 관리를 맡기고 이후 정부가 소유하거나 연ㆍ기금 등의 공적 투자자가 장기 또는 영구 임대사업 등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 소유에 대한 한국인의 뿌리깊은 욕망을 무시한 이상론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의 주장은 극에 달한 부동산 문제의 처방전으로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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