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외 원조는 국가경쟁력] 전문가 대담

무분별한 무상원조는 국부유출과 마찬가지<br>주무 부처 일원화 정책총괄·조정 바람직<br>개도국 유상원조 늘려 상호이익 추구해야

이계우(왼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박태동 한국수출입은행 경제협력본부장이 우리나라의 대외원조 전략에 관해 대담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냉전이후 국제원조는 새로운 세계 질서을 만들었고, 선진국들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본지는 수출증대 및 국익을 위해 행해지고 있는 국제원조의 실상과 우리나라의 원조 정책의 전략을 점검하기위해 ‘이계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박태동 한국수출입은행 경제협력본부장을 초청, 대담을 가졌다. 이 교수와 박 본부장은 대외원조 전략이 국익에 초점을 맞춰져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나아가 두 전문가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공여국과 수혜국이 동시에 혜택이 돌아가는 원조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일치했다. ● 참석자 이계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태동 <한국수출입은행 경제협력본부장> ▲이계우 교수=대외원조는 식민지원조로 시작돼 2차세계대전이후 미국의 마샬플랜이 이행되면서 개발원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대외원조의 초점은 전후 복구였지, 후진국 개발에 맞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60년대 들어서면서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속도를 내면서 후진국과 제3세계 개발을 위한 개발원조가 본격화됩니다. 경제학자 입장에서보면 60년대이후 개발원조는 인도주의적 관점보다 자국의 재화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뤄졌습니다. 대외원조를 인도주의적 차원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박태동 본부장= 어느 나라나 원조는 자국의 환경에 맞게 국익에 따라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익은 경제적 실익, 정치ㆍ외교적 영향력 행사 등 여러 가지 부문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ㆍ중국 등의 원조에서는 세계 패권주의를 목적으로 한 동기가 두드러지며, 일본ㆍ독일ㆍ프랑스의 원조는 경제적 색채가 비교적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70%로서 매우 높은 수준이며, 특히, 개도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환경을 고려할 때 개도국과의 경제협력 분야가 대외원조 전략 수립 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우리나라는 지금껏 대외 원조 정책이 빈곤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원조정책은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로 이원화돼 있습니다. 원조정책의 주무부서가 두군데가 되다보니, 대외원조에 대한 의견 충돌이 적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대외 원조규모는 유ㆍ무상원조를 통틀어 연간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나, 유상의 경우 약 40여개 국가를 지원하고 있는 반면 무상원조는 무려 120여개국에 달하는 국가에 분산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적은 예산으로 100여개국에 쪼개서 주다 보니 원조 효과도 별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선진국들은 원조집행을 위해 적어도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무상원조는 현지 대사관의 요구가 있으면 자금을 집행해 준 경우도 많았어요. 아무런 계획 없이 집행되다보니 실리를 챙길수 없었던 것이지요. ▲박 본부장=그러나 유상원조의 경우 수혜국의 원리금 상환의무가 동반되기 때문에 무상원조와는 달리 사전 심사와 검증이 수반됩니다. 따라서 대외 원조역사가 짧은 우리의 경우 무상 원조보다는 유상원조의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늦기는 했지만 최근 기획예산처에서 ‘중기 재정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대외원조 자금도 포함시켰습니다. 대략적인 원조 계획이 수립돼 다행스럽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외원조도 이제 향후 2~3년후를 내다보며 재원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중기 계획을 만들어서 앞으로 투입될 자금과 지역ㆍ분야별 전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선 올해 말까지 대외 원조 계획을 마련, 내년부터는 계획에 따른 자금 집행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교수=지난 달 국무회의에서 총리실 산하에 대외원조 조정기구를 마련하기로 의결한 것으로 압니다. 재경부와 외교부로 이원화돼 있는 대외원조 정책을 총괄ㆍ조정하는 기구를 만든 것은 바람직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총소득(GNI)의 0.06%정도를 원조액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앞으로 3~4년내 이를 2배정도 증가시킬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원조액은 최고 1조원 가까이 늘어나게 됩니다. 대외원조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합니다. 특히 무상원조의 경우 아무런 전략도 없이 집행되다가는 적지 않은 돈을 국익과는 무관하게 사라지게 해,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 본부장=우리나라의 최근 20년간 교역 패턴을 보면 84년 개도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24%였지만 2004년에는 45%로 증가해 개도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개도국 대부분은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개도국에 수출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흑자를 낸 것만큼 전략적인 자본협력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 번 것 만큼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이 바로 국제 경제ㆍ외교정책입니다. 개도국의 인프라 구축을위한 사업에 원조 자금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데 우리가 무상으로 지원할 수만은 없습니다. 따라서 자금 소요가 많은 원조는 원리금 상환을 조건으로 하는 유상원조 툴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교수=냉철한 국제 현실을 감안할 때 국제원조의 반대편에는 국익이 있습니다. 국익에 반하는 국제원조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는 원조 공여국으로서 국익을 고려한 원조정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원조는‘National Interest(국익)’만으로는 안 됩니다. 선진국에선 원조에 따른 국익을 얘기할 때 ‘Mutual Interest(상호이익)’라고 얘기합니다. 즉, 주는 쪽과 받는 쪽의 이익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원조정책은 발전 가능성이 큰 개발도상국위주로 인프라 구축 등 경제개발에 초점을 맞춰 우리나라와 원조 수혜국이 동시에 이익을 낼 수 있는 원조 전략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박 본부장= 우리나라는 북한을 개방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기 위해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북경협에 소요되는 자금은 현재 여타 개도국에 지원되는 원조규모보다 훨씬 큰 규모이며 대부분이 무상으로 지원될 것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무상원조를 앞세운 원조정책을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 현실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처럼 과거 식민 종주국도 아니었고 아직은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국가도 아니라는 점에서 무상위주의 원조정책을 펼 경우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원조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겠지만 우리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유상위주의 원조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이계우 교수 약력 1940년생 1963 서울대 법대 졸 1972년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박사 1972년 세계은행(world bank)입사 1998년 세계은행 중남미지역 총괄 부장 1998년 서울대ㆍ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박태동 본부장 약력 1949년생 1973년 서울대 문리대 졸 1974년 서울신탁은행 입사 1977년 수출입은행 입사 2004년 수출입은행 경제협력 본부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