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태풍'이 주식시장에 점점 다가서고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했다가 잠잠해지기를 되풀이하면서도 고점을 계속 높여 배럴당70달러까지 근접하면서 주식시장이 국제유가 '태풍'의 영향권으로 들어서고 있다.
태풍의 행로와 피해규모가 예측 불가하듯 어디로 튈지, 또 어느 정도의 악재로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유가 동향에 주식시장이 숨죽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전날 종가에 비해 1.64달러 급등한 배럴당 67.35달러에 마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어 시간외거래에서 WTI 가격은 68센트 오른 배럴당 68달러까지 치솟아 배럴당7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뉴욕 증시는 국제유가 급등에 일제히 반락했고 25일 국내 주식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5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9포인트나 밀려 출발했으나 전날 급락에 이은 추가 하락에 따른 반발매수에 힘입어 낙폭을 상당부분 만회, 오전 11시43분 현재 전날보다 1.43포인트 내린 1,092.78을 기록하고 있다.
◆"70달러 돌파시 심리적 충격" = `국제유가 배럴당 70달러 돌파'는 주식시장에심리적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지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게 되면 민감도가 커질 것이고 고유가 상태가 지속할수록 부정적인영향은 커진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고유가는 원가부담 상승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소비지출 둔화, 물가상승 압력에 따른 중앙은행의 긴축 강화 등의 후유증을 초래한다며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으면 주식시장이 심리적인 측면에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도 "고유가로 아직 물가급등을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금리인상 압력을 높이는 요인임은 사실이고 내수회복 속도 저하도 예상돼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면 주가에도 상당한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환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제유가 신고가 경신이 이어질 때마다 주식시장에 심리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견해를 같이했다.
◆"대세상승 추세 꺾이지는 않았다" = 그러나 심리적 충격은 있더라도 주식시장의 추세적인 상승 흐름이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다.
현대증권 김 팀장은 "중요한 것은 미국 소비자가 고유가를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 구매력이 문제될 정도는 아니어서 경기 관련 펀더멘털(기초여건)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1970∼1985년 미국 개인소비에서 원유와 가스 관련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연평균 3.9%를 나타냈는데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기록한다면 이 비중이 3.4%가 돼 감당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홍성태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유가가 미국의 소비에 주는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고용지표, 투자, 기업실적 등이 괜찮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만큼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유가 급등이 차익실현을 가속화시킬 수 있지만 주식시장의 기본적인골격을 건드릴 만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홍부장도 "유가상승이 경기 요인이 아니라 태풍, 파업, 정유사 가동차질 등 비정상적 장외 요인에 의해 초래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 기조는 유지되는 가운데 속도 조절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