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권이양 전격단행
美, 테러차단 위해…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민주정부 수립 급물살 탈듯
외국인 참수위협 잇따라
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임시정부로의 주권이양이 이틀이나 앞당겨진 28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후 14개월 만에 이라크의 주권이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에서 이라크 임시정부로 넘어갔다.
폴 브리머 연합군임시행정처(CPA) 최고행정관은 28일(현지시간) 이라크 주권이양 문서를 마흐디 알 마흐무드 이라크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이라크 임시정부의 세이크 가지 알 야와르 대통령, 이야드 알라위 총리, 브리머 행정관 등은 이날 바그다드 중심부 그린존에서 조촐한 주권이양식을 가졌다. 알라위 총리는 이날 주권이양식을 마친 후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스스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 국민들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해야 한다는 열망을 반영해 연합군측에 조기 주권이양을 요청했고, 연합군이 이를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연합군으로부터 주권을 인수했지만 실질적인 주권을 행사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을 안고 있다. 임시정부는 CPA가 제정한 행정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며 조약체결권도 갖지 못한다.
연합군이 주권이양 시기를 앞당긴 것은 외국인 납치 및 참수 등 무장세력의 테러에 쐐기를 박기 위한 다각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라크 임시정부로 주권이 이양될 때까지는 무장세력의 테러가 미군에 대적하는 성전(聖戰)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주권이 넘어간 후 모든 테러는 내란행위로 규정된다. 호시야르 제바리 외무장관은 "주권이양 시기를 앞당겨 각종 테러, 범죄, 반(反)민주적 무장세력들에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미군을 비롯한 이라크 주둔 외국군의 철수를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치안부재 상황을 고려할 때 이라크 임시정부는 미군 등 연합군의 지원이 없는 한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내년 총선거를 통해 이라크 정부가 공식 수립되더라도 미군 등 연합군은 상당 기간 동안 잔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무장세력은 주권이양을 방해하기 위해 외국인 납치 등 극단적인 테러행위를 되풀이해왔다. 현재 이라크 임시정부는 주권이양 시기를 앞당기는 동시에 바드다드 등 일부 지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 임시정부 관계자들은 무장세력의 테러가 끊이지 않을 경우 비상사태 선언 또는 계엄령 선포 등의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정문재 기자 timothy@sed.co.kr
입력시간 : 2004-06-28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