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생보사 상장의 '전략'

과거에도 이렇게 시작했다. 새해가 시작되고 2월쯤 금융감독위원장이 ‘생보사 상장 연내 확정’을 발표한다. 5월이 되면 상장안이 7월께 나올 것이라고 시기가 구체화된다. 그러나 7월에도 상장안은 마련되지 않고 9월로 연기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이때를 즈음해 금감위원장은 다시 한번 ‘법과 원칙에 따른’ 생보사 상장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약속 역시 지켜지지 못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생보사 상장 무기한 연기’가 발표되면서 보험 업계를 더욱 썰렁하게 만든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0년과 2003년 두차례에 걸쳐 생보사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모두 무산됐고 공교롭게도 그 추진 과정은 물론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시기까지 같았다. 언제나 쟁점과 갈등은 되풀이됐고 대안으로 마련된 것은 주주와 계약자 모두에게 실망스러웠다. 2000년 말 상장안 마련이 무산된 후 금융 당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2003년에는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업계ㆍ시민단체와의 협상을 맡겼지만 이것 역시 실패했다. 올해는 ‘무거운 짐’을 증권선물거래소와 이달 중 구성될 자문위원회가 떠안는다. 물론 과거와 다른 점도 있다. 상장을 희망하는 다수의 중소형 생보사가 생겨났고 이 회사들은 상장의 ‘걸림돌’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따라서 정부는 일부 생보사의 상장을 우선 추진해 삼성생명 등 대형사의 상장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장외시장에서 50만원을 돌파한 삼성생명의 주가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고 쟁점까지 달라지거나 희석된 것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발표한 비상장사의 상장 추진 계획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개 생보사 중 6개사가 ‘상장 차익을 계약자와 배분해서는 안된다’고, 3개사는 ‘차익 일부의 공익재단 출연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상장차익은 생보사 성장에 기여한 계약자에게도 공평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생보사 상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고 이를 누구보다 금융 당국이 잘 알고 있다. 올해 생보사 상장 계획이 과거의 ‘재판’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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