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시카고를 혼돈으로 몰아넣은 잔혹한 갱스터 알 카포네의 원래 직업은 회계사였다. 카포네는 회계사 시절에 체득한 경험을 거대한 범죄 사업을 꾸리는 일에 이용했고 문제가 생기면 변호사 대신 기관총을 사용했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돈과 권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행동은 합리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그들의 행동은 엄연한 범죄였다. 경제학자 레이먼드 피스먼과 에드워드 미구엘은 이처럼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사회에 반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일삼는 자들을 ''라 부른다. 그리고 ''는 세계 도처에서 활동하고 있고 이들이 빚어내는 부패와 폭력이 빈곤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있었다. 1963년 한국과 케냐의 1인당 국민 소득은 몇백 달러에 불과했고 두 나라 국민은 농사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선진국의 생활수준을 따라잡을 정도로 고속 성장한 반면 케냐는 아직도 1963년의 생활상과 별 차이가 없다. 두 나라의 경제발전이 급격하게 차이를 보인 이유로 책은''의 존재 유무와 활동 강도를 꼽는다. 부패와 폭력은 지속적인 가난을 야기한다. 책은 케냐의 부정직한 정치인들과 공사 계약자들이 도로 건설 프로젝트에서 돈을 빼돌리는 행위를 지속하는 바람에 1990년 13%였던 도로 포장 비율이 2004년에도 14%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저자들은 빈곤 국가들에 도사리고 있는 들을 국제사회가 방관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대신 이들을 추적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지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경제적 유인책 등 당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뇌물 수수를 줄이기 위해 공직자들의 봉급을 올리는 것도 그 방법이다. 부패와 폭력, 빈곤 퇴치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두 경제학자의 결과물''는 경제학을 어떻게 도덕적이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연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착한' 책이다. 1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