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풍경이 된 '역사의 흔적'

■ 한국관광공사 2월의 가볼만한 곳 '근대 문화유적을 찾아'

한국 최초의 성공회 성당인 성공회 내동 성당이 인천에 자리하고 있다.

덕수궁

군산

인천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올해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개항과 서양문화 도입, 한일강제병합과 식민통치로 점철된 한국 근대사는 역사 속의 한 페이지가 됐지만 선조들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후손들이 그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도 "수난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은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위에 있는 근대 문화유산을 찾아 역사 기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한국관광공사는 2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근대 문화유적을 찾아서'라는 주제를 정하고 서울 중구, 인천 중구, 전북 군산, 경북 포항시 구룡포, 충남 논산시 강경읍 금강변 등 5곳을 근대문화유적이 잘 간직돼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한제국의 흔적을 만나다=근대와 현대를 잇는 덕수궁과 정동길 산책은 대한제국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것이다. 덕수궁~시립미술관~정동교회~정동극장~이화학당~경교장~홍난파 가옥~중림동 약현성당 순으로 하루 코스로 걷기에 적당하다. 경향신문사까지 이르는 정동 길은 서울에서 산책하기 가장 좋은 거리로 손꼽히는 곳이다. 주변에는 덕수궁을 비롯해 (구)러시아공사관, 중명전, 정동교회 등 개화기부터 근대 초기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유서 깊은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은 역사의 흔적을 뒤로 하고 정동극장,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있는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은 약 1.5㎞에 불과하지만 서울의 가장 낭만적인 길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엔 언제나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과 가족들이 눈에 띈다. 정동 일대는 역사 탐방 코스로도 손색 없다. 구한말 역사적 사건들이 거의 이 길을 따라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 자녀와 함께 산책에 나선다면 학교 수업 못지 않은 근현대사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인천 개항 120년의 흔적을 찾아 떠난다=인천 근대 문화유적 답사는 '최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특히 인천 중구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최초'의 것들이 남아 있다. 중구 내동에 위치한 내리교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회이며 중구 송학동 응봉산 자락에 위치한 자유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다. 우리나라 최초는 아니지만 인천 최초의 천주교 성당도 중구 답동에 있다. 인천과 노량진을 오가던 경인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먹는 자장면 역시 중구 선린동과 북성동에 걸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물론 최초의 것만이 의미 있는 건 아니다.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서구인들의 사교장이었던 제물포 구락부와 일본은행거리, 인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이나타운 등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근대문화유산, 군산의 그 날을 이야기하다=호남 곡창 지대의 쌀이 모이는 전북 군산은 일본강점기에 수많은 일본인으로부터 수탈당했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우리 민족으로부터 빼앗은 부의 축적과 저항의 기록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것은 당연할 터.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따라가면 수탈의 역사가 새겨진 장소들이 나온다. 일본인이 군산의 쌀로 부를 축적했던 공간은 내항 일원과 월명산 아래다. (구)조선은행과 (구)군산세관, 히로쓰 가옥, 동국사 등이 그 곳에 있다. 일본의 수탈이 심했던 만큼 독립의 열망도 어느 곳보다 뜨거웠다. 군산은 한강 이남에서 맨 먼저 만세운동이 일어난 곳이자 호남 만세 운동의 촉발지이기도 하다. 1919년 3월 5일 1,000여 명이 모인 첫 만세운동 이후 무려 27번이나 계속됐다. 이 만세운동의 중심에 구암교회가 있다. 구암교회 교인들과 교회가 설립한 영명학교(현 제일중고등학교) 교사들이 만세운동의 주축이 된 것. 구암교회 옛 건물에 자리한 3ㆍ1운동기념관에는 당시 사용했던 태극기 목판 복제본, 독립운동연표 등이 전시돼 있다. 군산시가 만든 구불길은 걸으면서 문화유산을 돌아볼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수 있게 해준다. 현재 비단강길, 햇빛길, 큰들길, 구슬뫼길 등 4개의 코스가 완성됐다. ◇황금어장 구룡포의 100년 전 골목여행=겨울철 별미가 유명한 고장 포항에는 100년 전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동네가 있다. 과메기가 바람결에 춤추는 구룡포 장안동 골목이 그 곳이다. 근대화와 개항의 물결을 타고 현대식 방파제가 들어서면서 일본 선주들이 모여든 구룡포는 그물이 찢어지고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물고기가 많이 잡혀 자연스럽게 일본인 거주지가 형성됐다. 고급 요리집과 세탁소, 치과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이 곳은 지금도 구룡포우체국을 돌아 들어가는 작은 골목 안이 영화 속 장면처럼 일본풍을 물씬 풍긴다.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에 조성된 해맞이 공원은 사시사철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붐빈다. 바다와 육지에 하나씩 서있는 '상생의 손'은 호미곶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2000년 1윌 1일 한민족 해맞이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광장 한켠에는 연오랑, 세오녀의 설화를 상징화한 조형물이 마련돼 있고 호미곶 등대는 100년의 세월을 견디며 자리하고 있다. ◇금강변에서 넉넉하게 즐기는 빈티지풍 시간여행=누런 빛깔의 땅이 많았던 탓에 논산의 본래 이름은 '놀뫼'였다. 1914년 일제 강점기 때 한자식 표현을 빌려 바뀐 논산이라는 이름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쓰인다. 논산시에는 북옥감리교회, (구)한일은행 강경지점, (구)남일당한약방, 강경 중앙초등학교 강당, (구)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 (구)강경노동조합, 연산역 급수탑 등 모두 7개의 등록문화재가 남아있다. 이들 등록문화재는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사진 동호인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일제강점기의 시대상과 흘러간 시절의 향수가 풍성하게 담겨 빈티지풍의 사진을 만들어낼수 있기 때문. 문화재 뿐아니라 이발소ㆍ다방ㆍ폐가 등 한 세기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거리 풍경도 하나같이 흘러간 시간의 흔적이 깊숙히 배어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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