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웰빙포트폴리오 1월호] 베스트 스트래티지스트가 본 2005년 주가 전망

김영익 <대신경제연 투자전략실장> 경제성장 둔화 불구 1,000P 갈것

올해는 장기 저항선으로 여겨져 왔던 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내수 문제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 가계는 저금리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지난 2001~2002년에 과소비를 했다. 특히 2002년 한 해 동안 개인은 금융기관으로부터 104조원을 빌려 소비와 투자를 했다. 정부의 내수 부양책과 은행의 가계 대출 확대도 가계의 소비를 부추겼다. 과소비의 부작용(가계의 부채 급증)이 나타나면서 2003년부터 내수가 침체에 빠졌다. 가계는 하지만 곧 바로 자체 구조조정을 하기 시작했다. 자금 잉여의 주체가 될 개인이 2002년에 5조원 정도 적자를 냈으나, 2003년에는 다시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자금 잉여규모가 26조원에 이르렀다. 2004년 9월까지는 그 규모가 31조원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가계의 저축은 미래의 소비를 위한 것이다. 올 2분기부터는 이 같은 저축을 바탕으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올해도 가계의 구조조정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소비 증가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여기다가 지난해보다 낮은 수출 증가율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4%대 초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성장률은 낮아지지만 내수와 수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주가는 오를 수 있는 힘을 비축할 것이다.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주가는 오히려 저성장 시대에 더 많이 상승했다. 일본 경제는 1959년에서 1970년 사이에 연평균 10.6%의 높은 성장을 했다. 이 기간 동안 주가(니케이225 기준)는 2.8배 상승했다. 1970년대 초반에 1차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일본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1975~1989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0%로 그 이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기간에 주가는 무려 9.2배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 경제도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1970년부터 1997년까지 연 평균 7.9%의 높은 성장을 했으나, 그 이후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4~5% 성장하면 잘 한 것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더라도 1%대의 성장에 그친 일본의 1990년대는 아니다. 현재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4%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기에도 경제 규모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면 주가는 오를 수 있다. 고성장 기간에는 경제 성장이나 기업 수익이 전년에 비해서 얼마나 높게 증가했느냐가 주식시장에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 경제 수준 자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경제 성장 속도는 둔화되더라도 규모가 확대되면 그만큼 주가도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수급 측면에서도 희망적이다. 특히 개인과 기관의 주식 매수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주로 은행에 돈을 맡겼다. 그러나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자금들이 서서히 은행에서 빠져 나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 금융상품이나 유가증권으로 들어왔다. 실제로 한국은행에서 작성하는 자금순환표를 보면 지난해 2분기부터 2분기 연속 은행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줄어들고 유가증권 형태의 자금 운용 규모는 늘었다. 유가 증권 가운데서도 연초에는 주식보다는 투자 위험이 낮은 채권 쪽으로 개인의 자금이 유입되었으나, 2분기부터는 주식 형태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으며 그 규모도 3분기에는 1조6,000억원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내수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는 올 2분기 초반에는 개인들이 본격적으로 주식을 더 사들일 것이다. 국내 기관 투자가들은 최근까지도 계속 주식 투자를 줄이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했고 이와 더불어 낮은 금리로 이익이 크게 늘었다. 기업들은 동시에 투자도 줄여나가 결과적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덜 빌려 썼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기업의 자금 수요가 줄어들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유가증권 투자를 늘렸다. 유가 증권 가운데 특히 채권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채권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했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채권투자에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었다. 금융기관이 채권 투자를 늘리고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인 배경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금융기관의 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이 3.5%로 198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흐름이 바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은 적정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올 2분기 이후로는 내수 회복과 더불어 채권수익률이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추세는 채권수익률이 적정 수준에 접근할 때까지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될 것이다. 채권수익률이 오르면 금융기관의 자산 중 채권 비중은 줄어들고 주식 투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수와 수출이 같이 증가하고 수급 기반이 탄탄해지면서 올해는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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