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5월17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단안을 내렸다.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콘티넨털 일리노이즈 은행에 구제금융을 쏟아붓기로. 긴급 융자금만 80억 달러. 신규 자본금 55억 달러도 집어넣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이다. 총자산 370억 달러에 미국 내 은행 랭킹 8위를 달리던 콘티넨털 일리노이즈 은행이 지급불능 상태에 이른 것은 부실대출. 에너지 전문 금융업체인 ‘펜 스퀘어 은행’이 1982년 7월 망하는 통에 대출금 20억 달러가 날아간데다, 최대의 대출 고객인 멕시코가 한달 뒤 외채 지급불능을 선언하자 1년 반을 연명하다 결국 위기를 맞았다. 구제금융 사실이 발표됐을 때 미국 전역이 들끓었다. 전례도 없고 지원액이 컸기 때문이다. 반대 여론에 금융 당국은 이렇게 맞섰다. ‘은행의 규모와 파산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방치할 수 없다(too big to fail, too complex to fail)’고. 미국판 대마불사(大馬不死)인 셈이다. 구제금융 여파는 미국을 벗어나 국제금융의 지도를 바꿨다. FDIC와 합동작전을 펼쳤던 폴 볼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외국 은행들도 미국과 같은 건전성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국제결제은행(BIS)을 압박하고 나섰다. 멕시코 은행들의 취약성으로 콘티넨털 일리노이즈 은행 사태가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BIS는 1988년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내놓았다. 1992년부터 본격 적용된 자기자본비율 8% 규칙은 결과적으로 미국과 유럽 금융자본의 힘을 키우고 한창 커나가던 일본 금융자본을 견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도 고통 받았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의 퇴출기준이 BIS 비율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