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시설투자와 품격 높은 서비스에 감성 디자인을 접목시켜 차별화된 품격을 갖추고자 합니다.” 대대적인 개보수를 마치고 지난달 27일 그랜드오픈에 들어간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의 이영일(사진) 사장은 ‘서비스도 디자인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을 부산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사람을 위한 서비스에 감성적 요소는 필수. 무려 400억원을 들여 본관을 리모델링한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은 하드웨어(시설)에 이어 소프트웨어(서비스) 개보수를 단행했다. 호텔의 품격을 높여 차별화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직원들에게 고품격 감성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얼굴과 옷부터 바꾸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 직원들의 유니폼은 명문 재벌가의 웨딩드레스를 주로 담담해온 서정기 부티크에 의뢰에 각 영업장별로 맞춤 제작했다. 화장법도 조성아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통해 150명에 이르는 여직원 모두 1대1 개인 코디를 진행, 세련되면서도 온화한 표현력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무형의 디자인으로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서 직원들에게 차별화된 자기만의 모습으로 외양과 심성을 모두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자세를 갖도록 했다”며 “외양의 디자인이 심성 디자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 디자인은 평소 이 사장이 강조해온 고객감동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서비스에 고객이 감동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감동할 줄 아는 직원이 진정한 호텔리어”라는 게 고객감동에 대한 그의 지론이다. 이 사장 집무실 앞에 적힌 ‘우리의 목표는 귀하의 감동입니다’는 문구와 사무실 크기에서도 고객과 직원을 위한 감동경영을 읽을 수 있다. 호텔 경영인의 집무실은 화려할 것이라는 기자의 선입견을 단번에 무너뜨릴 정도로 소박하고 아담한 크기였다. 그는 이에 대해 “다른 호텔과 마찬가지로 호텔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고객의 몫”이라며 “사장실뿐만 아니라 다른 사무실도 다소 외진 곳에 평범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이어 고객감동을 위해서는 직원감동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30여년 호텔 경험에서 얻은 또 하나의 가르침은 호텔경영의 성공 여부는 90%가 사람(직원)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호텔경영은 사람경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신은 신입사원 면접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면접 때마다 지원자의 눈을 가장 먼저 본다. 눈이 맑고 목소리가 다소 큰 지원자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지식보다는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 남을 위해 애쓰는 정신이 필요한 호텔리어에게는 고객 앞에서 편안한 인상과 자신 있는 목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난 2004년 2월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그는 첫 한달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일에만 매달렸다. 5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것은 기본. 아침에 출근하고 나서 제일 먼저 챙기는 일도 프런트, 주방, 각 식음료업장 등 직원들이 일하는 현장이었다. 이러다 보니 처음에는 당황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먼저 말을 건네고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해 사장이라는 ‘권위’보다는 함께 일하는 ‘리더’로 신뢰관계를 맺게 됐다고 호텔의 한 직원은 전했다. 이 사장은 또 부임 이후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의 리모델링에 매달렸다.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룬 직후 장기적인 시설 개보수에 돌입한 것. 지난해 1월부터 본관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개보수에 나선 데 이어 올 들어서는 식당가와 연회장, 로비공사를 실시했다. “객실 개보수에 260억원을 들였는데 본관 객실이 259실임을 감안하면 객실당 1억원의 비용이 투자된 셈”이라며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환기시스템ㆍ배관설비 등 고객이 보이지 않는 내부설비까지 모두 바꿨다”고 강조했다. 특히 로비와 로비라운지 공간의 리모델링에 역점을 뒀다. 그는 “고급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의 로비에 앉아 해운대 절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간결하면서도 탁 트인 시야를 확보했더니 외국인은 물론 부산 지역주민이 감탄하더라”며 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사장은 국내 호텔 경영인으로서 굵직굵직한 행사를 매끄럽게 치러낸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에서 본부호텔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신라호텔 재임시절에는 99년 제109차 IOC 서울총회, 2000년 남북 고위급회담, ASEM 대표단 투숙 등 국내외 수많은 주요 행사들을 치러낸 경험을 갖고 있다. 그가 이 같은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배경에는 30여년에 걸쳐 호텔의 구석구석까지 업무를 맡아온 경험이 작용했다. 호텔에 국가 정상이 숙박을 할 경우 스위트룸 개보수와 서비스, 조리, 보안, 경호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지만 매번 고객만족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후문. 행사를 앞두고 실시한 교육 프로그램도 성공비결로 꼽힌다. 이 사장은 “직원들이 시야를 보다 넓힐 수 있도록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개인적인 인맥까지 동원해 일본ㆍ유럽 등 세계적 호텔에서의 연수 기회를 넓히다 보니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고객에 대한 배려·믿음' 강조 이영일 사장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최고경영자(CEO)가 풍기는 통상적인 권위는 좀체 찾아볼 수 없다. 온화한 표정에다 '어때요? 그렇군요. 이렇게 하면 좋겠네요' 등의 다정한 말투는 고객과 직원을 향한 인간 중심의 경영철학을 대변한다. 호텔 경영인답게 인간을 향한 애정이 몸에 배어 있어서다. 일류호텔은 고객과 직접 접하는 직원들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 만큼 좋은 경영자는 지식과 감각뿐 아니라 직원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줄 수 있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평소 "호텔업 종사자는 고객을 먼저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신입사원을 뽑을 때마다 면접에 참석한다. 지원자의 성격이 호텔업에 맞는지, 느낌이 편안하고 성실해 보이는지, 끈기와 잠재성을 갖고 있는지 등을 직접 챙긴다. 전공이나 배경을 불문하고 지원자의 됨됨이를 살피는 것. 이 사장은 매달 직원들과 산행에 나선다. 평소 산을 좋아하는데다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하고 친밀감을 높이기 적격이어서다. 직원들은 산을 타는 이 사장의 뒷모습을 보면 평소 고객과 직원을 든든히 받쳐주는 든든한 산의 이미지를 발견한다고 한다. 사람에 대한 배려와 믿음의 이미지가 그렇다는 말이다. ◇약력 ▦46년 서울생 ▦경기고ㆍ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뮌헨대ㆍ코넬대학교 호텔경영과정 수료 ▦73년 삼성그룹 입사 ▦86년 호텔신라 마케팅 이사 ▦94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전무 ▦2002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2004년 파라다이스호텔부산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