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내놓은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안’에 대해 전문가들과 국민들은 졸속하게 이뤄진 형편없는 대책이라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저출산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실질적인 양육이나 보육 부담을 줄여주고 여성들에게만 주어진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고, 고령화를 대비해서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노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주최로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안 대국민 공청회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정부의 고민에 인식은 같이 하지만 여성이나 모성보호 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부분이 많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여성에 혜택을 줄 수 있지만 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여성에게는 역으로 부담을 주는 보호의 역설, 규제의 역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도 경영계와 마찬가지로 정부 시안에 쓴 소리를 늘어놓았다.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은 “종합적이지도 않고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없는 실망스러운 대책”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보육은 공공보육으로 보편적인 정책이 돼야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에 엄마들이 줄 서고 있는데 민간에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 자율형 사립 보육시설을 도입하면 어릴 때부터 소득에 따라 아이 키우는 것도 차별을 받는 공정하지 않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여성 인력의 70% 가까이 되는 비정규직 문제 해소도 일가정 양립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한국인구교육학회 회장은 결혼을 해야 출산을 하는 문화적 특성을 감안해 청년실업을 해소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대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고령화 부분에 있어서도 전문가들은 대책의 취약함을 제기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퇴직ㆍ개인연금 활성화에 동의하지만 수익률 공개 등 개인연금 제도의 가입자 보호규정이 취약하다"며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인 비정규직 근로자와 저소득 상용직 근로자 문제를 해소하고 전국민 대상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과 경총은 일자리 창출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다른 방법론을 제시했다.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2차 대책안에서 유일한 관련 대책은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연령을 54세에서 50세로 확대한 것인데, 지원기간이 8년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정년을 58세로 낮춰 혜택을 줄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60세 정년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도록 정년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상철 경총 사회정책팀장은 "고령화 대책의 핵심은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자리 창출로 귀결돼야 한다"며 "1차계획에서 장기요양보험과 기초연금제도 등에 16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체감적으로 고령화 문제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기업이 고령자를 채용하면서 호봉제에 따라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고용을 늘릴 수 있다"며 "2차 계획안에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유연성 부분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