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저승사자'들 최대위기

부시 행정부ㆍ美 의회, 기업친화 정책 강력지지<br>도널드슨 사퇴ㆍ스피처 검찰총장도 피소

미국 금융시장 개혁을 이끌며 ‘월가(街)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과 윌리엄 도널드슨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각각 피소와 사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스피처 총장은 JP모건을 포함한 11개 월가 투자기관들로부터 은행대출 관행조사에 대한 월권행위를 이유로 피소된 상태고, 도널드슨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임기만료 2년이나 남긴 채 오는 30일 퇴임한다. 대기업과 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이에 맞춰 인선도 단행하는 부시 행정부와 이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의회의 입김이 거세짐에 따라 금융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월가 포청천’들이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 지난주 JP모건과 웰스파고, HSBC 등 월가 투자기관들은 스피처 총장의 은행대출 관행조사는 연방은행법 규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맨해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 재무부 산하기관인 통화감독청(OCC)도 OCC의 은행 감독업무에 스피처 총장이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줄리 윌리암스 OCC 통화감독관은 “스피처 총장이 은행들의 대출관행을 조사하는 것은 OCC 은행감독 업무에 중복과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스피처 총장은 “뉴욕주 검찰은 차별적인 은행대출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이에 맞서는 기관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맞받아쳤다. 2006년 뉴욕 주지사 민주당 후보를 노리며 시장개혁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스피처 총장은 기업 친화적인 부시 행정부와 대립 각을 세우며 자신이 소송의 대상이 되고 만 것. 스피처 총장과 함께 금융시장 개혁에 나섰던 도널드슨 SEC 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회계부정과 주가조작을 강도 놓게 조사하고, 헤지펀드에 대한 감독수위를 높였던 것이 재계는 물론 부시 행정부와 의회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만 것. 월가에서는 저승사자로 통하는 이들이 궁지로 내몰림에 따라 금융개혁의 칼날이 무디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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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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