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불구 분양 성공·택지개발도 주도<br>"민간업체들 입지 위축시켜" 불만 목소리도
| 하남 풍산지구 에코타운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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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공사들이 최근 시장침체 속에서도 잇달아 주택분양에 성공하거나 대형 택지개발을 주도하며 지방 공공 아파트의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지방공사들의 약진은 소비자에게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갈수록 좁아지는 민간 주택업체들의 입지를 한층 위축시킨다는 불만도 적지않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산하 경기지방공사는 최근 김포 장기지구에서 ‘자연앤’ 아파트를 분양ㆍ임대해 높은 청약경쟁률과 100% 계약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오는 11월부터 용인 흥덕지구와 시흥 능곡지구에서 각각 506가구, 239가구 분양에 나선다.
경기지방공사는 지난해 말 화성 동탄 신도시에서 공공임대 1,096가구를 전 평형 1순위 마감으로 끝내는 등 지난 2002년 용인 구갈지구 이후 간간이 이어진 분양에서 ‘무패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주택공사ㆍ토지공사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신도시 분야에서도 입지를 확보, 341만여평에 달하는 수원 광교 신도시의 시행을 맡으며 조직을 크게 확대하기도 했다.
지방 개발공사의 맏형 격인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는 마포구 상암지구 개발을 발판 삼아 도약한 뒤 현재 강일ㆍ발산ㆍ장지지구와 은평 뉴타운 등 굵직한 대형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할 만큼 급성장했다.
경기 지역 기초자치단체들도 최근 들어 자체 개발공사를 설립하거나 영역을 크게 넓히고 있다. 2002년 신장2지구 ‘에코타운’으로 크게 성공한 데 이어 올해 5월 하남 풍산지구에서도 ‘대박’을 친 하남시 도시개발공사가 지자체들의 ‘역할모델’이다.
용인지방공사는 2004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12월 용인 흥덕지구에서 ‘이던하우스’라는 브랜드로 아파트 분양에 도전할 계획이고 성남시는 최근 공사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용인지방공사의 한 관계자는 “흥덕지구 외에도 광교 신도시 내 분양, 관내 택지지구 2곳과 도시 재정비사업 1곳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내 효율적 개발과 재정자립도를 감안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방공사 아파트는 무엇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편이고 대부분 좋은 입지에 들어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며 “싸구려 인식을 벗으려면 브랜드와 품질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공사들의 이 같은 역할 증대는 곧 민간 주택업체들의 입지 축소로 이어진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수도권의 가용택지가 점점 고갈되고 있는 마당에 지자체를 등에 업은 지방공사들까지 나서 알짜 택지를 싹쓸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공사들은 인ㆍ허가나 택지확보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지방공사들이 제시하는 분양가가 일견 저렴해 보이지만 도급 건설업체에는 적정 수준의 공사비도 주지 않기 때문에 좋은 품질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