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약! 21세기 자동차강국] 1. 글로벌 무한경쟁 격화

'1등 아니면 도태" 생존경쟁 치열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사는 지난 3월말 결산에서 일본 기업 중 최초로 '꿈의 1조엔 순익 고지'에 올라섰지만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동결을 선언했다. 최근 타협적으로 바뀐 일본 노사 문화도 영향을 미쳤지만 디플레가 여전한 데다 전세계적인 공급 과잉 상태가 언제 해소될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무한경쟁 시대 돌입 지금 전세계 자동차 업계는 노조가 "이익이 나면 몇 푼의 임금 상승 아닌 연구개발비에 더 써라"고 말할 정도로 경쟁이 격화된 상태다. 지난 90년대 자동차 설비 확장 경쟁에도 시장 증가율은 연 평균 1.6%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20세기초 300~400개에 달했던 자동차 회사 중 다임러와 합병한 크라이슬러를 빼면 GM과 포드, 2개사만 남아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인 일본도 미쓰비시와 마즈다, 닛산이 경영권이 넘어가는 등 도요타와 혼다를 제외하면 대부분 메이커가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피아트, 로버, 볼보, 롤스로이드, 오펠 등이 GMㆍ포드 등에 팔려 나갔다. 그나마 유럽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곳은 르노, 다임러벤츠, 폭스바겐 정도. 삼성차ㆍ대우차가 르노ㆍGM 등에 넘어간 것도 이 같은 전세계적인 공급 과잉 상황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메이저 업체가 미국ㆍ프랑스ㆍ독일 등 5개국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2만~3만개 부품으로 구성된 종합장치 산업인 만큼 새로 진입하기도 어렵지만 한 곳의 경쟁력이 무너지면 수성도 힘들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 앞다퉈 자국 메이커 지원 지난해 미국은 자동차부문에서 무역수지 적자의 25.6%가 발생한 반면 일본은 무역수지 흑자의 97.8% 이상이 자동차 산업으로 인하여 얻었다. 산업 파급이나 고용 창출, 세수 확보 등의 측면에서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유형무형으로 자국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자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1,300㏄ 미만은 330만 리라(210만원), 1,300㏄ 이상은 438만 리라(279만원)의 폐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제작일로부터 6년이 넘은 노후 승용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구입할 때 특별소비세 30%를 감면해주기로 했지만 가격 인하 혜택이 20만원 정도에 불과한 데다 대상이 제한적이라 효과를 보기 힘든 실정이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은 한국에 대해 걸핏하면 통상 장벽을 제기하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상ㆍ하 양원은 지난 79년 '크라이슬러사 융자보증 법률안'을 가결, 정부보증융자 15억 달럴 포함해 총 35억1,750만 달러를 지원했다.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언론이나 경쟁회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특정 회사를 위한 법률안을 마련한 것이다. 크라이슬러의 회생이 아이어코카의 전설적인 경영 능력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미국 정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기로에 선 한국 자동차 산업 지금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전세계적인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지난 90년대 연평균 7.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 세계 5위의 생산 대국에 오르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 자동차 생산은 올해(310만대 전망)보다 3.2% 늘어난 320만대, 2004년 332만대, 2005년 347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저용차량(R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수출이 늘어나고 해외 조사기관의 호평이 잇따르는 등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미국 J.D. 파워사의 평가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 5년간 품질 향상률은 42%에 달해 이스즈(39%), 미쓰비시(38%), 다임러크라이슬러(27%)를 제쳤다. 이에 따라 대당 평균 수출 가격도 빠르면 내년 말 1만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래가 마냥 장미빛인 것만은 아니다. 커먼레일 디젤 엔진, 차세대 연료전지 자동차 등 핵심 기술이나 재무 구조가 선진국에 여전히 취약하고, 완성차에 비해 열악한 부품 산업의 수준도 문제다. 또 중국ㆍ인도ㆍ타이 등 후발 자동차 생산국의 도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수출 위주의 산업 구조 때문에 무역불균형이 심화될 때마다 통상 마찰이 제기되고 있으며 GMㆍ르노 등의 진출로 내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21세기를 맞아 '고부가 브랜드로의 도약이냐, 틈새시장용 중저가 브랜드로 머무느냐'라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남충우 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ㆍ휴대폰이 국민 소득 1만달러의 버팀목이라면 자동차는 2만 달러 시대의 견인차일 수 있다"며 "업계는 기술개발, 브랜드력 향상, 부품소재 산업 육성 등에 힘쓰고, 정부는 각종 규제 철폐 등을 통해 세계 최고에 이를 수 있는 지원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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