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 처우 문제를 둘러싸고 두 달 넘게 사측과 대립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노조가 24일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기아차 노사 갈등이 오는 7월 시행되는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제를 놓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동계와 경영계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투표 결과와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돼도 타임오프를 전면에 내세워 파업을 벌일 경우 불법파업이 되는데다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집행부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 오전8시30분부터 부재자투표를 시작으로 이틀간 소하리· 화성·광주 등 생산 공장 3곳과 판매·정비사업장 등 전국 5개 지회에서 전체 조합원 3만300여명을 대상으로 일제히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5시30분까지 부재자투표를 마무리 짓고 저녁8시30분부터 일반 조합원을 상대로 본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는 25일 오후1시30분까지 계속되며 결과는 5개 지회의 결과가 소하리 공장 노조사무실로 모이는 오후6시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이번 찬반투표에서 타임오프만이 아니라 올해 임단협의 전반적인 사항들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투표 가결을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조합원투표가 가결되더라도 당장은 전면파업과 같은 실력행사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조는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둘 것"이라면서 "파업권을 확보하더라도 당장 파업에 들어가지 않고 회사가 협상장에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회사가 별도의 노사협의를 통해 전임자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 한 데 대해 "노조의 쟁의권이 보장되지 않는 노사협의에서 이를 논의하자는 회사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전임자 문제는 단협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측은 쟁의행위투표가 가결되더라도 노조가 전임자 처우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회사는 지난 3일 노조 측에 7월부터 전임자 급여, 차량유류비 등 부당노동행위로 금지되는 각종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7일에는 개정 노조법 시행과 관련해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 18명 이외의 노조간부들을 무급 처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