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지난 7월 중순부터 숨가쁜 상승 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 4대 대기업 그룹 주식의 명암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정보기술(IT) 및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높은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시가총액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내수 의존도가 높은 SK그룹의 시가총액 증가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IT와 자동차 관련 주식이 최근의 주가 상승 국면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주식 매수세를 외국인들이 주도함에 따라 삼성과 현대차그룹 주식의 외국인 지분도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 및 현대차그룹 시가총액 크게 늘어=4일 주식시장에서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180조1,377억원으로 지난해 6월18일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180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시가총액도 53조4,845억원으로 전거래일보다 1조2,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5위를 달리는 SK의 경우 전일보다 오히려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최근 증시가 ITㆍ자동차ㆍ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주요 대기업 그룹 주가 및 시가총액에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기 직전인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4일까지의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시가총액 증가율은 각각 22.6%, 15.2%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전체 시가총액 증가율(13.9%)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반면 이 기간 LG그룹의 시가총액 증가율은 8.7%에 그쳤고 SK그룹의 경우 6.3%로 유가증권시장의 시총 증가율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외국인 지분에도 차이가 난다.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4일까지 삼성(0.72%포인트), 현대자동차(3.39%포인트), LG그룹(1.02%포인트)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증가한 반면 SK의 외국인비중은 0.42%포인트 감소했다. ◇ITㆍ자동차 등 수출 비중 높은 그룹들이 유리=주요 대기업 그룹 주식의 주가상승률 및 시가총액 증가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최근 ITㆍ자동차 관련 주식의 상승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오태동 토러스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최근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놓은 계열사가 많았던데다 대부분 경기민감주로 외국인들이 선호한다”며 “반면 SK는 주력업종인 통신업이 경기방어주 성격을 띠고 있으며 수출보다는 내수에 치중하는 상황이라 주가 상승 국면에서 소외됐다”고 말했다. 최창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현대자동차ㆍ삼성 등의 그룹계열사들의 경우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IT 및 자동차업종이 증시를 주도하는 한 이런 주가 및 시가총액 차별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ㆍ자동차 등 기존의 시장주도주들이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