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도 위험 요소가 많았던 12월 선물ㆍ옵션 동기 만기일(트리플위칭데이)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 폭탄에 주식시장이 출렁거렸으나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매수차익잔액(현물 매수+선물 매도)의 일부 청산으로 인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대 차익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장중 1,900선을 밑돌았으나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장 막판에 연기금을 중심으로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매수차익잔액의 상당 부분이 허수라는 점을 감안해도 만기일 청산을 통해 1조~2조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추정했으나 충격 없이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매수차익잔액은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매수함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어서 잔액이 쌓이는 동안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청산될 경우 프로그램 매물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월물량에 대한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코스피 지수 선방=13일 1조660억원어치의 차익거래 프로그램 순매도가 이뤄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915,90포인트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11.55포인트(-0.60%) 하락했다. 대만ㆍ일본 등 아시아 증시가 미국 증시 영향으로 2~3%대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선방한 셈이다. 매수차익 프로그램 물량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버틴 것은 개인과 연기금 등 기관의 비차익거래 프로그램 매수세의 힘 덕분이었다. 장중 한때 외국인들이 공격적인 선물 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가 한때 1,900선을 밑돌기도 했다. 그러나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들은 5,549억원을 순매수하며 장중에 청산되는 프로그램 매물을 받아냈다. 또 장 후반에는 비차익프로그램 매수세가 2,959억원이 순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였다. 박문서 서울증권 연구원은 “이번 트리플위칭데이는 사상 최대의 매수차익잔액뿐만 아니라 CD금리 상승, 배당 메리트 감소 등 여러 가지 불안 요인이 있었다”며 “그러나 개인들의 매수세와 연기금에서 연말 배당 수익을 노린 비차익 프로그램 매물이 대규모로 유입돼 무난히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금에서는 8,866억원어치의 현물을 사들였다. ◇배당락 전까지 미니 랠리 예상=이번주 미국 금리인하와 선물ㆍ옵션 만기 등 굵직한 이벤트가 마무리되면서 배당락일(26일)까지는 증시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된 것은 그만큼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오는 26일 배당락일 전까지 미니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에 청산되지 않은 매수차익잔액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또 배당락일 이후 쏟아질 비차익거래 프로그램매물도 걱정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잔액이 5조원 이상 남아 있는데다가 3월물 선물 베이시스가 좋지 않은 점 등은 내년 1월 옵션 만기일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