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집값 안정만이 능사 아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기고] 집값 안정만이 능사 아니다 박재룡 박재룡 최근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새로 분양되는 주택뿐 아니라 재고주택의 가격까지도 안정시켜 지난해와 같은 악몽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끈질긴 시장개입 덕분에 주택거래 건수도 크게 줄었고 전반적인 주택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어찌 보면 현재까지는 주택시장과의 싸움에서 정부가 판정승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 값 하향조정에 집착해선 안돼 게다가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와 각종 부동산 전산망의 통합 등도 도입돼 정부의 정책 목표인 가격안정을 달성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정부 정책들을 보면 지나치게 주택가격의 안정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더 부연하면 다른 것들은 조금 훼손되더라도 가격안정만큼은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이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정부의 노력이 일시적인 가격안정을 도모할지는 몰라도 오히려 이것이 주택시장의 왜곡을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 먼저 신규분양 아파트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원가연동제와 분양원가 공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건설업체는 첨예한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좀더 사고의 폭을 넓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 짓는 주택은 어떠한 형태로든 무조건 획일적인 가격에 공급돼야 하는 것인지부터 고민해봐야 한다. 1,500cc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여러 회사들이 같은 용량의 차를 만들고 있지만 가격은 각기 다르다. 아마도 성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비자들은 차량구입시 저렴한 것을 구입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가장 좋은 성능의 차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행위는 시장 내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주택시장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소비자는 분양가격에 거품(건설사 이익)이 많다고 주장하고 건설사는 주택의 품질과 성능이 고급화된 탓이라며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택가격이 저렴하고 좋은 성능을 갖출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기대를 하기는 무리이다. ‘싼 게 비지떡이다’란 말이 있듯이 너무 저렴하면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주택가격을 무조건 낮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건설업체가 성능이나 품질을 이유로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주택 준공 이후 하자보수나 친환경적 자재 사용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문제가 있는 경우 책임소재가 분명하기 때문에 철저한 법적 책임과 경제적 책임을 동시에 물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주택의 가격이 비싸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의 예처럼 성능에 따라 동일한 규모라 하더라도 저렴한 것과 비싼 것이 자연스럽게 시장에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분양가격을 공개해 획일적으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는 무조건 분양가격은 높아야 한다는 건설회사의 외침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시장왜곡등 부작용 고려해야 기존 주택의 가격안정과 관련해서는 재건축사업이 가장 핵심에 있다. 개발이익 환수라는 명분으로 일정 비율의 임대주택 건설을 도입하려 한다. 그렇지만 재건축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이 일반분양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그리고 소형 평형 의무비율 등 기존의 쪼가리식 규제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이런 저런 규제들을 통해 궁극적 목표인 가격안정만 기하면 된다는 식이다. 일련의 재건축 규제들은 궁극적으로 가격안정과 동시에 획일적인 주택규모(평형)를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주택가격의 획일적 하향 조정논리와 다를 바 없다. 어느 지역은 소형 평형보다 좀더 넓은 평형을 원하는데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규모의 통일성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정부 정책이 가격안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과거에나 적합하다. 이제부터라도 가격안정 외에 시장의 왜곡 여부에도 세심히 신경을 쓰는 보다 세련된 정책이 이뤄져야 하겠다. 입력시간 : 2004-07-23 17:53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