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주택시장 하향안정세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부동산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투자주도세력의 이탈과 풍부한 신규입주아파트 물량, 전세가격 약세 등에 힘입어 아파트 및 분양권 가격이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8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10ㆍ29대책`이후도 일시 수천만원의 호가 상승을 보였던 서울 송파구 잠실저밀도지구 일대 주공아파트가 이 달 들어 1,000만~1,800만원 가량 떨어졌다.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의 가격도 하락세를 지속, 개포 시영 17평형 값이 이 달 들어 2,500만원 하락해 5억4,000만~5억5,500만원 대를 나타냈다.
◇매물적체현상 지속 = 부동산114의 최근 조사에서도 서울 재건축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한 주새 0.7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호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매수세는 거의 없어 매물만 쌓이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정보업체의 스피드뱅크 홍순철 팀장은 “한때 일부 단지에서 저가 매수세가 살아났지만 급매물이 소진되자 다시 매기가 끊겨 매물적체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세 내년 상반기까지는 간다 =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향안정세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건축의 경우 단기적으로 호재가 없고, 일반 아파트는 내년 중 신규입주물량이 풍부하기 때문.
실제로 내년 중 신규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서울의 경우 3만5,000여 가구, 수도권은 5만9,000여 가구에 이른다. 전세가격은 약세를 지속, 이 달 들어서도
▲서울 0.06%
▲경기도 0.15%
▲인천 0.18%의 가격 하락률을 보였다.
현재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현재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은
▲서울 42.5%
▲수도권 49.6%에 불과하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의 부동산 대책들이 이제야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큰손들도 주택시장을 떠난다 = 주택시장 강세를 이끌었던 `큰손`들의 자금도 아파트를 떠나 상가나 토지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강남권의 타워팰리스 등 고급 주상복합의 매매가가 지난 2~3주새 5,000만원 이상 하락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자산가들의 재테크 상담을 맡고 있는 은행권의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들은 최근 주택에서 상가 등으로 갈아타려는 고객들의 상담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국민은행 PB사업팀의 김민석 차장은 “주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동산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려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ㆍ장기 시장안정여부는 미지수 = 다만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약세는 아직 단기적인 현상이므로 중ㆍ장기적인 시장안정 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세는 재건축아파트 등 일부 상품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지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건립된 지 10년 이내의 아파트만 해도 `10ㆍ29대책` 이후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냈다. 서울의 경우 지난 11월 1.56% 오른 데 이어 이 달 들어서도 한 주새 0.12%의 상승폭을 보였다.
또 일부 주택업체들의 분양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양가 과다책정 관행이 이어져 신규아파트가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시킬 여지도 남아있다. 올들어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의 평당 평균분양가는 1차의 893만5,000원에서 11차의 957만2,000원으로 뛰었다.
또 내년 3월중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출범해 모기지론(mortgage loanㆍ장기주택담보대출)도 활성화될 전망이어서 자칫 일시적인 주택수요 급증을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동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매매가격의 50~60%의 보증금을 내면 살 집을 구할 수 있는 전세제도가 상존해 있는 상황에서 모기지론이 도입된다면 일시적인 주택수요 증가를 촉발시켜 집값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