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클릭! 핫이슈] 이라크戰 전황보다는 경기방향성 관심둬야

이라크 전쟁이 발발 한 이후 세계 주식시장의 큰 변화를 꼽으라면 경기 방향성을 나타내는 지표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이 거의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이 터지기 전 만 하더라도 시장 참가자들은 사소한 경기 지표 변화에 히스테리적일 만큼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예를 들어 미국의 산업생산 활동 데이터의 선행 지표 격인 미국 PMI(구매관리자협회)ㆍISM(공급관리자협회)지수 등이 6개월 이상 시장의 방향성을 거의 결정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작년 9월3일과 올해 1월2일 미국 ISM지수 발표 때가 전형적인 예다. 실제 발표치가 예측 치와 다르자 시장은 각각 3~4%대의 높은 등락률을 보인 바 있다. 심지어는 해당 월이 2주 정도 지난 후에 발표되는 산업생산 동향에까지 민감한 시세 흐름을 보인 점은 경기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얼마나 큰 가를 가늠케 해 준 부분이었다. 통상 주식시장에서 산업생산 데이터 발표는 2~3개월 전에 주가 반영이 이미 끝난 때늦은 뉴스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월14일 미국의 1월 산업생산이 시장 예측치 보다 높은 0.7% 증가한 것으로 발표 되면서 시장이 단기 상승 탄력을 형성한 것을 투자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경기 후행 지표에까지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은 그만큼 향후 `경기 방향성`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음을 말해 준다. 이는 현 세계 주식시장의 가장 큰 현안이 작년 중반부터 하락하던 미국 제조업 경기의 방향전환 여부임을 확인케 해 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발발하고 난 후에는 의미 있는 경제 지표에 시장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특히 악화되고 있는 각종 경기 지표에 갑자기 둔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ISM지수는 경기하강을 나타내는 50을 이미 밑돌았고 소비자 신뢰지수도 9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격 잔여 거리에 더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전쟁 중에 발표되는 경제 지표를 신뢰하지 않겠다는 시장 심리다. 경제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방향성을 결정한다. 전쟁 불안 심리 때문에 회복이 지연되고 있을 것이라고 위안을 삼고 판단을 유보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회복 중에 있었다는 낙관론도 상당 부분 깔려 있다. 오히려 전쟁만 끝나면 그간 불안 심리로 미뤄져 왔던 기업들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다시 재개될 것으로 믿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쟁은 지표 경기 악화를 오히려 심리적으로 보상해 주는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이 같은 낙관론은 91년 1차 걸프 전 이후 펼쳐졌던 강세장에 대한 경험도 일조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이를 반영한 듯 미국 주식시장은 2000년 이후 형성돼 온 3년간의 하락 추세선 돌파를 조심스럽게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다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조기 종결되든, 장기화되든 결국 주식시장은 미국 제조업의 경기방향성 문제로 회귀할 것으로 본다. 전쟁이 조기 종결되면 시장의 눈은 CNN에서 블룸버그 경제지표 속보로 빠르게 이전할 것이고 전쟁이 장기화 되더라도 그것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시장은 신중히 고민하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현명한 투자가라면 이제부터는 전황을 보지 말고 포연 속에 가려져 있는 경기 방향성의 작은 변화에 다시 촉각을 세워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주지하다시피 경기 둔화가 심화될수록 주식은 매력적이 된다. 반대로 경기가 팽창하면 할수록 주식에는 부담이 된다. 경기 지표가 좋을 때는 주식을 팔 생각을 해야 하고 지표가 나쁠 때는 살 생각을 해야 한다. 경기는 순환하고 주식시장은 이를 선행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타이밍인데 현재의 미국 경기 위치는 과거 경험적 저점 수준보다 결코 낮지 않다. 93년 3월초 일본의 경험도 참고할 만 하다. 당시 일본 증시는 90년 버블 붕괴 이후 3년간의 약세추세를 처음으로 극복하려는 시기였다. 현재 미국의 주가 위치와 흡사하다. 하지만 일본의 당시 단기 경기 위치는 충분히 낮은 상태였고 이는 주가에는 좋게 작용했다. 출하 증가율이 아주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바닥을 치고 상승할 무렵이었고 주가도 적지않게 올랐다. 91년 1차 걸프전 이후 미국 증시가 상승한 것도 당시 경기지표가 충분히 낮은 상태까지 떨어졌던 것이 도움을 주었던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에 대한 매도세가 다소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 핵과 카드채 문제는 국내 고유의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외국인 매매의 중심 축은 여전히 세계 경기 방향성과 이에 따른 세계 주식시장의 등락구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 경기 순환 지표가 과거 경험적 저점 수준까지 충분히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관망하는 자세를 갖길 권한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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