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경제 관가의 수석 부처인 재정경제부가 여의도(국회)에서는 전혀 기를 못 펴는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천에서는 재경부, 여의도에서는 열경부(열린우리당 경제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단 지난 7월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취임 이후 재경부의 경제부처 장악 능력은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11ㆍ15 부동산대책을 재경부가 이끌었고 환경부ㆍ법무부 등 경제부처를 설득하면서 기업환경개선대책ㆍ서비스산업활성화대책 등을 내놓은 게 단적인 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전 부총리 때에 정책조정회의를 하면 해당 부처에서 사무관을 보내온 경우도 적지않았다”며 “부처 장악 능력과 정책조율 등의 면에서 재경부 위상이 한결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권 부총리보다 행시 윗기수인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 취임 이후 우려됐던 서열 역전 현상도 현재로서는 별다른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과천 관가를 호령(?)하고 있지만 정작 여당만 만나면 기가 죽는다. 부동산 대책을 놓고 당정이 도입하기로 한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등 일련의 조치가 단적인 예다. 당정 협의를 통해 구체화되는 부동산 관련 대책들 중 상당수는 재경부가 부작용 등을 우려해 고려하지 않았던 내용이 다수다.
실제 ‘민간아파트 분양가 규제는 말이 안된다(11ㆍ15대책 발표 당시 재경부 관계자)’고 했지만 당정 협의에서는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부동산 가격 급등 이후 재경부 내부에서는 ‘시장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화돼 있었으나 돌아가는 모양새는 이와는 정반대다.
내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여권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마당에 재경부가 벌써부터 정치 바람에 휩쓸려가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대선 등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관료가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며 “아쉽게도 벌써부터 우려했던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