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후분양제 도입 시기상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아파트 선시공ㆍ후분양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주택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업계입장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후분양제의 도입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후분양제 도입의 필요성은 투기차단,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효과 등을 논할 필요도 없이 아파트가 하나의 상품이란 점을 감안할 때,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이 주택금융이 열악한 상황하에서 주택의 대량공급과 서민의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선분양제도는 아직도 필요한 상황이다. 더구나 후분양제를 도입키 위한 제반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다. 후분양제를 조기 도입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많다. 먼저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전가함으로써 분양가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둘째 목돈을 일시에 마련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분양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되고 신규분양시장은 고소득층만의 시장으로 왜곡된다. 셋째 주택건설기간을 감안하면 2∼3년간은 주택공급에 공백이 생기게 되어 일시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등 가격왜곡현상이 우려된다. 넷째 현재와 같이 열악한 주택금융하에서는 대량공급이 불가능하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부족문제가 장기화된다. 다섯째 후분양제하에서는 청약제도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되고 그로 인해 청약통장은 무용지물이 되어 524만 여 명에 달하는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일시적인 주택공급 중단과 미분양 발생에 따른 자금 압박으로 중ㆍ소 주택건설업체의 연쇄도산과 대한주택보증의 도산이 우려된다. 따라서 후분양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토와 함께 다음과 같은 정책들이 선행되어 후분양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주택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 후분양제의 조기정착을 위한 최대 선결과제는 자금조달이므로 수요자와 공급자별 소요자금 조달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또 공공택지의 공급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선분양방식에 의존하여 개발럭澎僿構?있는 공공택지도 대지조성공사 완료후 분양하는 후분양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분양위험에 대한 보장제도의 마련도 시급하다. 선분양의 경우에는 입주시까지 공사를 진행하면서 판촉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나, 후분양제하에서 미분양주택은 곧 바로 주택건설업체의 자금압박으로 이어져 주택건설업체의 부도ㆍ파산을 양산하게 되고, 불확실한 경우 사업자체를 기피하여 주택공급부족사태를 가져올 것이므로 준공 후 일정기간 경과시까지 미분양된 주택은 정부나 지자체가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등 미분양주택 해소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주택에 대한 분양가 자율화를 조기에 실시하고 무주택 우선공급, 입주자 선정순위 등과 같은 청약제도를 폐지하여 후분양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분양보증이 불필요하게 됨에 따른 대한주택보증의 경영난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건설교통부도 주택금융시장이 성숙하지 않았고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선진국보다 훨씬 떨어지는 상황에서 후분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인수위도 주택금융 등 시행여건 성숙 여부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소비자와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방침으로 알고 있다. 후분양제는 주택보급률이 향상되어 선분양에 따른 프리미엄이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도입할 수 있는 제도로 조기 실시에 따른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무쪼록 현 정부나 인수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충분한 검토와 부작용을 최소화 한 후에 도입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중근(한국주택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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