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교육과 경제

맹자의 교육을 위해 그 어머니는 세 번 이사를 했다. 묘지 부근을 떠나와서 시장 부근에 살았더니 어린 맹자가 장사놀이에 열중했던 것이다. 급기야 글방 옆으로 옮기고 나자 맹자가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학교와 시장은 멀리 떨어져있을수록 좋다는 고래의 진리가 지금도 유효한 것인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사회가 복잡해졌으므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그리고 지식정보화사회로 바뀐 오늘날 학교와 시장의 분리, 즉 교육과 경제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최근의 부동산가격과 교육의 관계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을 보면 두 가지 핵심적인 쟁점이 드러난다. 좋은 교육여건이 우리사회에서 부와 지위 획득의 수단이 되었다는 믿음과 그러므로 좋은 교육여건의 획득을 마치 상품 시장에서 하듯이 공개 경쟁에 맡겨야 정의롭고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맹자 시절 중요했던 학교와 시장간의 단순한 지리적 거리가 아니라 교육제도의 운영원칙과 시장운영원칙의 거리가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혹자는 교육에 과감한 시장원리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식정보화경제에서 지식 창출의 근원인 교육은 경제와 유리되어서도, 일체화되어서도 안된다. 교육은 개인과 사회의 목표성취를 위한 수단이면서도 인간의 지적 도덕적 성장이라는 목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수단이면서도 목적인 교육의 양면성을 성찰할 때 교육과 경제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열릴 수 있다. 경제학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공공재와 사유재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교육이라는 복합적 재화와 용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고민할 때 해답이 나올 수 있다. 알다시피 교육의 영역은 방대하다. 일단 유아ㆍ초ㆍ중등학교와 대학을 나누어서 살펴보자. 어느 것이 보다 더 공공성이 강하고 어느 것이 보다 더 개인의 사적 이해관계의 성격이 강한가? 이견의 소지는 있겠으나 고등학교이하는 형평과 공공성의 시각에서, 대학은 경쟁과 수월성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 상식적으로 옳을 듯하다. 공공재인 초?중등학교에 시장원리를 도입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 사려가 깊은 경제학자라면 결코 공공재를 시장원리에 내맡기지는 않는다. <서범석(교육부 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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