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중국 중ㆍ서부 지역과 동북 3성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정보통신, 생명공학 같은 선진 제조업이나 물류 등 생산형 서비스업, 에너지 절약형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면 한국 기업은 중국시장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거시경제연구원의 천둥치(陳東琪ㆍ51) 부원장은 “중국 정부가 당분간 과잉 투자를 억제하려 하겠지만 소비를 장려하고 있는데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중ㆍ서부와 동북지역의 투자를 계속 확대할 예정이어서 전체적인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한국 기업은 각종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낙후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1차 5개년 규획 기간 중 중국의 산업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며 “단순 제조업 투자가 아니라 선진 기술 분야나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부원장을 만나 새해 중국 경제의 문제점과 전망, 한국과의 경제교류 활성화 방안 등에 관해 들어봤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에도 생산, 투자 및 수출 호조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지속했습니다. 이 같은 추세는 2006년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의 중장기 경제 전망은 어떻습니까. ▦중국 경제성장주기는 지난 80~90년대의 1,2차 사이클에 비해 등락 폭이 작은 3차 사이클에 들어갔습니다. 따라서 내년 성장은 다소 둔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를 줄이는 대신 소비진작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성장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9.4%) 보다 다소 줄어든 8.5%로 잡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높은 성장이 예상됩니다. 중장기 전망도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향후 5년은 8~8.5%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 15년은 평균 7.5% 정도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개혁개방 이후 연평균 9.4% 성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장탄력은 남아 있고 안정적인 발전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소한 이 같은 성장세가 유지되어야만 중국이 추구하는 균형성장의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경기 과열방지를 위한 거시경제조정(경기안정)정책 지속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거시경제 조정정책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중국 정부는 거시경제 조정정책을 완화해 내수를 늘려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지만 생산과 투자 등 공급적인 측면에서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아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저는 중국의 거시조정이 자동차 운전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목표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처음 2~3년간은 조정 강도를 높여야 하지만 목표지점이 다가 올 때는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다소 강도는 약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과열을 억제한다는 기본방침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계속된 거시경제 조정으로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렇습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현재 소비수요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다 가격조정정책 등의 수단을 강구할 수 있어 디플레이션을 방지하려고 마음 먹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디플레이션보다 더욱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물론 인플레이션도 중국의 인건비가 저렴하고 저축률이 높은데다 중국 전체적으로 아직 개발 여지가 많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대목은 아닙니다. 통화량이 12~20%내에서 움직인다면 인플레이션 통제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2006년도에도 위안화 환율문제는 계속해서 핫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위안화 추가절상을 놓고 미국 등 선진국들과 힘겨운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선진국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위안화를 절상하면 경기침체가 우려되는데 현재 중국의 입장에서는 감내하기 힘들고 특히 수출이 줄어들면 가뜩이나 풀기 어려운 실업문제가 사회문제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선진국의 요구에 맞춰 절상 폭을 갑자기 확대한다면 다시 평가절하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된다면 국제적인 신뢰를 저버리게 됩니다. 따라서 중국 상황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절상 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제지표를 보아도 평가절상을 서두를 필요가 결코 없습니다. 다시 말해 금리(2.25%)와 물가상승률(2%)의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절상 폭을 확대할 명분이 없습니다. -‘강(强) 위안화’ 시대가 본격 도래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위안화 절상 폭은 어느 정도인가요. ▦추가 절상 폭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특히 섬유, 가전 등 이윤이 적은 일부 수출업체들은 매우 힘든 상황이 연출될 것입니다. 이에 반해 긍정적인 요인도 많이 있습니다.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싼 노동력이 아니라 주문에 맞춰 완제품을 신속히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조정만 착실히 하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과 맞물려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통상마찰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선진국과의 통상마찰은 앞으로 1~2년 사이에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신발, 의류, 철강 등에서 반덤핑 제소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골자는 시장에 맡기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반덤핑 문제와 관련한 국가 개입을 줄이고 시장에 맡기는 쪽으로 대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과열업종에 대한 생산통제도 계속해 무역마찰이 생길 요인을 사전에 없애나가는 노력도 병행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제품 기술수준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인상 여부도 여전히 관심사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추세인데 중국은 금리인상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제적인 추세도 그렇지만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서도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높기는 해도 중국내부로만 한정할 경우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금리인상을 단행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중국 금융기관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금리인상은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006년부터 시작되는 제11차 5개년 규획에서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성장방식 전환입니다. 다시 말해 ‘성장을 위한 성장’을 포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녹색GDP와 고품질의 안정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요. ▦생산능력 과잉 문제 해소와 함께 성장방식과 경제체질을 바꾸는 것은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11차 5개년 규획 기간 중에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산업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합니다. 또 에너지 절약과 생태환경 보호를 통해 전체적인 생활의 질을 높이는 한편 전력ㆍ항공ㆍ우편ㆍ담배 등 독과점 산업에 대한 개혁, 부동산ㆍ기름ㆍ가스 가격 등의 통제도 필요합니다. 이 같은 개혁은 조화로운 사회건설을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이 기간은 물론 앞으로 상당기간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경영비용이 증가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요. ▦경영비용 증가에 따른 어려움은 중국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경영여건이 어려워졌다고는 하지만 당분간 위기보다는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소비증가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다 중국 전체적으로 개발해야 할 지역이 많고 발전여지도 크기 때문이지요. 특히 중ㆍ서부지역과 랴오닝, 헤이룽장, 지린 등 동북 3성 지역은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세제혜택으로 주목할 만한 시장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런 시장에 남보다 앞서 진출한다면 앞으로 10년 이상은 중국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래와 진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향후 5년간 중국의 변화를 알려면 11차 5개년 규획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 기간 중 중국 정부가 중점 추진할 과제 가운데 하나가 산업 구조조정입니다. 그 핵심은 정보통신, 생명공학, 고부가 장비 같은 하이테크 제조업이나 고기술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될 것입니다. 또 생태환경을 보호하는 환경기술이나 교육, 의료, 전기, 수도, 문화 등 농촌 인프라 건설과 공공위생 사업에도 중점을 둘 것입니다. 특히 관심을 둘 분야는 물류 등 서비스업입니다. 중국 물류업은 운송 인프라의 미발달, 전문 물류업체와 현대식 물류센터 부족 등으로 후진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기업이 철저한 시장 분석과 지역별 진출전략을 차별화 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이 같은 분야는 한국이 한발 앞서 있기 때문에 상호보완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분야의 진출은 세금감면 등의 혜택도 향유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산업정책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이에 맞는 투자를 적절히 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무척 밝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ㆍ중 양국간 경제협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도 자꾸 쌓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양국간 경제협력에서 서둘러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지요. ▦양국은 수교이후 모든 분야에서 유례없는 발전을 이뤘습니다. 특히 교역ㆍ투자부문에서의 발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역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이 문제가 앞으로 교역증대를 가로막을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중국산 농산물 수입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중국 농산물은 한국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매우 우수한 것이 많습니다. 중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은 한국에게도 큰 이득이 될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푸는 노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래야만 한국이 얻을 혜택이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천둥치는 누구 중국에서 거시경제분야 전문가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다. 경제정책 사안에 대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최고지도부와 수시로 독대할 정도로 촉망 받는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1955년 후난(湖南)성 출신으로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사회과학원 교수, 과학연구국 부국장 등을 역임하며 중국의 거시경제이론의 큰 틀을 제시하고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힘쓰고 있다. 지금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과 박사생 지도교수 겸 경제사회발전연구소 소장, 공산당 당위서기 등을 겸임하며 중국 현실에 맞는 경제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로부터 경제분야에서 특수보조금을 받는 극소수의 학자가운데 하나다. 주요 저서로는 ▦신정부 간예(干預)론 ▦강파(强波)경제론 ▦미시조정론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거시경제조정 과제 ▦중국경제의 문제점 및 과제 ▦경제발전의 협조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