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은행장 VS 외국계銀 출신 행장 금융계 혁신 맞붙는다
하영구·최동수·황영기 이어 강정원 국민은행장 내정 외국계銀출신 전성시대'한국식 경영' 성과 일군 신상훈·김승유행장과 대결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2대 국민은행장에 내정되면서 ‘토종 출신 은행장’과 ‘외국계 출신 은행장’의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강정원 내정자를 비롯해 하영구 한미은행장, 최동수 조흥은행장, 황영기 우리은행장 등이 외국계 은행 출신. 강 행장 내정자는 지난 79년 씨티은행 뉴욕본사에 입사했고 그해 말부터 83년 12월까지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일했다.
강 내정자는 씨티은행 서울지점을 거처 곧바로 뱅커스트러스트그룹 한국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99년부터 2000년 5월 옛 서울은행장으로 갈 때까지 도이체방크 한국대표로 일했다. 20년 이상을 외국은행에서 보낸 셈이다.
외국계 은행장 시대는 정통 ‘씨티 맨’으로 불리는 하영구 행장이 2001년부터 한미은행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체이스맨하탄과 웨스트팩을 거친 최동수 조흥은행장이 가세해 ‘토종’이 장악했던 은행권에 변화가 일어났다.
올 들어서는 파리바은행과 뱅크스트러스트를 거친 후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황영기 당시 삼성증권 사장이 3월 우리은행장에 선임된 데 이어 강 내정자가 곧 국내 리딩뱅크의 수장으로 나서게 됨으로써 외국계 출신 은행장 시대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이에 맞서는 토종은행장은 신상훈 신한은행장과 김승휴 하나은행장이 대표주자. 신 행장은 67년 이후 30여년 동안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정통 한국식 경영방식을 일궈왔고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하나은행의 수장을 7년째 맡고 있는 김승유 행장도 탁월한 경영실과를 올리며 은행권내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외국계 출신 은행장시대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계 출신 은행장이 선진금융기법과 성과급제 등으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영기 행장이 ‘성과급 제도’의 도입을 선언한 것은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을 한 단면이다. 또 하영구 행장이 통합 한국씨티은행장으로 내정돼 앞으로 ‘씨티식’ 경영방식과 하 행장의 행보가 새로운 관심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표류하던 국민은행이 정통 외국계 출신 행장으로 교체됨으로써 강 행장이 구사할 전략도 금융계에 또 다른 혁신변화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조영훈 기자 dubbcho@sed.co.kr
입력시간 : 2004-10-10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