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십시일반의 美學
고진갑 베이징 특파원
고진갑 베이징 특파원
착공 6개월째를 맞고 있는 중국 베이징 한국국제학교 신축공사가 건축비부족으로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당장 올 연말까지 중도금 100만달러를 확보하지 못하면 신축교사의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신축에 필요한 건축비는 모두 840만달러. 이 가운데 310만달러는 한국정부의 지원과 현지 모금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이후 현지 모금액이 저조해 정부의 추가 지원마저도 끊길 국면에 처해 있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170만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예산을 책정해놓아 이 예산이 집행되면 당장의 어려움은 해소되지만 정부예산은 현지 모금액에 상당하는 액수만큼 지원하는 매칭펀드 방식이어서 지원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정이 어려워지자 삼성ㆍ포스코ㆍSKㆍ두산중공업 등 일부 대기업이 거금을 출연하고 조선족 변호사인 김연숙씨도 아름다운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그러나 연말까지 마련해야 할 100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고, 특히 정부의 올 예산을 받기 위해 필요한 액수인 170만달러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서둘러 자금 확보에 나서지 않는 한 학교건립 자체가 무산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교민 모두가 기금확보 행렬에 참여하는 것이다. 벽돌 한 장이라도 내가 보탠다는 ‘십시일반’의 마음가짐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터전을 만드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매칭펀드라는 규정만 들이댈 것이 아니라 일단 ‘발등의 불’인 중도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올 예산을 먼저 집행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기업들도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출연하지 못한 기업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서’ ‘중국 파트너와의 문제 때문에’ 등등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음양으로 교민들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항공ㆍ통신ㆍ은행 등 교민을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의 참여가 아쉽다. 또 ‘사정이 좋은 기업만이 출연금을 내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 적은 금액이라도 출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지금은 당장 수십만달러의 모금도 중요하지만 1달러라도 보탠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혼자하면 열흘 걸려도 못 다할 것을 모두 나서면 하루면 족하다’는 옛 어른들의 지혜에 담긴 뜻을 각자의 마음에 새겨두었으면 싶다.
go@sed.co.kr
입력시간 : 2004-11-23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