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맞춰 기업들도 앞 다투어 마케팅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최근 기업들의 사활을 건 노년층 마케팅과 관련,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탈리아의 유명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페라리가 최신 스포츠카 디자인까지 노년층의 입맛에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대시속 300㎞에 날렵한 외양을 갖춘 빨간색 스포츠카의 평균 구매연령은 놀랍게도 거의 50세에 가깝다. 구매력을 갖춘 노년층이 증가한 결과다. 페라리는 넓은 내부공간을 선호하는 이들의 취향에 맞춰 2인용 스포츠카의 뒷좌석 공간을 넓히고 내리고 탈 때 편의를 위해 문턱 높이를 조정했다. 이런 경향은 미국의 제네럴 모터스, 일본의 마즈다 등 자동차업계에 이미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 노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에겐 풀기 어려운 숙제다.
영국의 광고 전문가 사이먼 실베스터는 “흔히 젊은 층은 광고를 보고 새 브랜드를 선택하는데 이들을 겨냥한 전통적 홍보 전략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 소비층이 줄어들면서 신상품의 `빅히트`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러한 예상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인의 75%는 거래 은행을 옮기기를 극도로 꺼린다. 대부분 여성들은 자신이 쓰는 청결 제품의 브랜드를 거의 바꾸지 않으며 35세 이상 유럽인들의 즐겨 마시는 술도 대체로 고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은 또 몸에 밴 익숙한 습관을 고수한다. 노년층 소비자의 대다수가 휴대폰을 갖고 있지만 말 그대로 `통화`만 한다. 새 상품인 문자 메시지의 98%는 35세 이하 젊은 층만 이용한다. 통신업계는 비디오폰 등 차세대 통신기기에도 비슷한 현상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음악업계의 고민도 마찬가지. 35세 이상 인구는 새 가수 대신 `베스트 앨범`만 찾는다.
그러나 인터넷의 경우, 노년층의 행태는 예상을 뒤엎는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 55세 이상 네티즌이 440만명, 전체 사용자의 16.7%를 차지했다. 이들은 특히 전체 네티즌의 평균 이용시간(분기당 28시간 37분)보다 더 오랜 시간(30시간 32분)을 인터넷 서핑에 쏟았다. 당연히 인터넷을 통한 상품 구매도 많이 하는 이들은 `신세대 노년층`이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 노령화될텐데 이들이 보일 행동 양식을 분석하고 대처 방식을 찾는 것이 기업들의 최대 생존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