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결산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망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증시도 800선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지지 부진한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배당주와 덜 오른 실적우량주 등 수익이 날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는 매기가 꾸준히 몰리고 있다.
특히 올들어 매도 우위를 지속했던 기관 투자가들은 활발한 교체매매를 통한 펀드 수익률 관리와 함께 내년을 겨냥해 일부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관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일부 주식에 대해 차익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덜 오른 주식을 사들이는 `교체매매`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기관이 사들이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이들 종목에 기관들의 매수세가 더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연말ㆍ연초 증시의 단기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관, `삼성전자 팔고 국민은행 샀다`=이 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기관들은 삼성전자ㆍSK텔레콤ㆍ현대모비스ㆍ포스코ㆍLG전자ㆍ현대차 등을 주로 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ㆍSK텔레콤 등에 대한 매도가 집중적으로 이뤄져, 2개 종목에 대한 기관들의 순매도 금액은 모두 4,102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기관의 순매도 금액이 1조2,000억원(국민은행 자사주 매입 물량 제외)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들 두 종목에 기관 매물의 3분의1 가량이 집중된 셈이다.
펀드 내 편입비중이 높은 삼성전자ㆍSK텔레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비중을 줄이면서 주가가 많이 오른 현대모비스ㆍ현대차 등에 대해서는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민은행ㆍSKㆍ삼성전기ㆍ효성ㆍLG상사ㆍ조흥은행 등이 기관 순매수 상위종목에 포진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1조2,075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민은행이 정부 보유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사들인 물량이 1조141억원임을 감안해도 2,000억원에 가까운 물량을 기관들이 사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내수경기 회복을 겨냥한 기관들의 `탑 픽스(주요 매수 종목)`가 국민은행이라고 지적했다.
◇기관, `윈도 드레싱`에 나서나=기관들은 통상 연말이나 분기, 반기 말 등 결산기를 앞두고 펀드 수익률 관리를 위해 펀드 내 편입비중이 높은 종목을 일시에 대량 매수하는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을 실시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윈도 드레싱이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나더라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관들의 투자 비중이 낮아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인위적인 수익률 관리로 야기되는 매매 수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추가 모멘텀 부족으로 지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교체매매를 통해 윈도 드레싱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편입비중이 높았던 일부종목의 비중을 줄이면서 그 동안 비중을 줄여 놓았던 국민은행ㆍ조흥은행 등 은행주와 삼성전기ㆍLG상사ㆍ한솔제지 등 실적대비 저평가된 우량주나 배당 투자 유망주를 사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높은 수익을 낸 종목을 더 사들여 추가 수익을 내는 일반적인 의미의 윈도 드레싱은 아니지만, 덜 오른 종목이나 앞으로 더 오를 종목을 집중적으로 편입하고 있는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통적으로 연말ㆍ연초 장세는 기관이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기관 선호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 선호 종목, 옥석 구분 필요=그러나 기관들이 사들인 종목이라고 해서 무조건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종목중 일부는 단기 배당투자로 곧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기관들이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 사들인 주식의 상당량이 배당을 염두에 둔 거래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기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종목 가운데 실적이나 업황 호전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으로 매매 대상을 압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순호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과거 몇 개 대형 기관들이 시장을 좌지우지 할 때처럼 윈도 드레싱이 활발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며 “그러나 기관들이 SK텔레콤과 같이 번호이동성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주식은 팔고, 국민은행이나 삼성전기처럼 주가 상승 모멘텀이 있는 주식은 사들이는 교체매매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매수종목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