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M아카데미] 디지털 융합 시대, 제조업의 위기와 기회

제조업, 산업 패러다임 바꿀 신성장 동력으로 재평가해야

송재준 EY한영 아시아태평양 어드바이저리 센터 이사
송재준 EY한영 아시아태평양 어드바이저리 본부 이사

선진국 제조공동화 현상 가속화
3D 프린터·사물인터넷 등장으로 환경 변화
기업,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중요성 강조


P&G 제조기술 리더십 통한 혁신 전략
독자적 제조 혁신 방법론 IWS 개발·발전시켜
매출원가 절감·생산성 향상…기업문화로 정착


제조 기능 경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기 때문
獨 '인더스트리 4.0' 제조업+IT로 업그레이드
하드웨어 없이 창조적 경험 지식 축적 힘들어


바야흐로 디지털 융합의 시대다. 스마트폰·가전·시계 심지어 자동차까지 다양한 이기종의 기기가 상호 소통하는 사물인터넷(IoT) 환경의 도래는 기업과 개인의 의사결정 방식, 행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또한 다양한 모델로 융합되고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의 업종 간 경계가 소멸되고 있다. 한 예로 3D프린터의 등장은 공장이 아닌 가정에서조차 제품 생산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많은 기업은 HW 제조보다는 이 사물과 연결돼 동작하는 SW, 즉 서비스 실현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터빈과 제트엔진 등을 만드는 소위 굴뚝산업의 대표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스스로를 데이터와 SW 기업으로 자처하며 회사의 미래전략을 산업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에서 찾겠다고 선언했다. 각종 매스컴에서도 기존 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아이콘으로 '디지털' '인터넷'만 부각되고 있고 생산활동은 개발도상국으로 아웃소싱하고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지식노동에만 집중하려는 제조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허나 필자는 이런 상황이 다소 우려스럽다. 기업 내 제조 기능이 생산 또는 판매(Make or Buy) 의사결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 정도로 전락해버린 것인가. 디지털 융복합 시대에는 제조업 마인드를 버리고 HW가 아닌 SW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난립하고 있으나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전통적 인터넷 기업인 아마존과 구글이 파이어폰 및 구글글래스를 출시하는 등 왜 HW까지 손을 뻗치고 있겠는가. 제조업 현장 없이는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창조적 경험 지식을 축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첨단 IT가 집약된 독일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인 '인더스트리 4.0' 역시 전통 제조업이 IT 역량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제조업은 버려야 할 오래된 습관이 아닌 신성장 동력의 발판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

오늘날 일부 선도 기업들은 오히려 제조 기능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전략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격적인 브랜드 마케팅으로 널리 알려진 P&G의 경우 제조 역량을 차별화 요소로 포지셔닝하고 개선 노력을 통해 자산수익률 제고, 혁신을 통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케이스다.

P&G는 지난 1837년 창업 이래 사업 분야를 확대해 다양한 소비재 상품군을 보유하게 됐으며 현재도 인수합병(M&A)으로 활발한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175년 이상 축적된 제조 혁신 경험을 활용해 인수 후 제조 능력 부실 기업을 효과적으로 정상화시키는 문제에 집중하게 됐으며 그 결과 빠르고 지속 가능한 제조 성과 개선 실현을 위해 통합적 업무 시스템(IWS·Integrated Work Systems)이라는 독자적인 제조 혁신 방법론을 발전시켜왔다. IWS는 변화가 시작되는 곳은 공장이고 변화의 주체는 사람이라는 철저한 현장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하며 6시그마 및 린생산(Lean production·도요타의 핵심 생산방식) 등과 같은 다른 제조 방법론과 다른 세 가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소비재에 최적화된 방법론을 구축, 발전시켰으며 실제 P&G의 사례에서 검증됐다.

둘째, 반세기 동안 축적된 P&G 제조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한 성과 예측·분석 모델을 의사결정에 활용한다.

셋째, 서번트 리더십으로 직원의 100% 참여를 유도한다.

IWS를 통한 제조 혁신으로 P&G는 전 세계 140여개 공장의 생산성을 30%까지 높이고 3~5%의 매출원가를 절감했으며 P&G의 탄탄한 제조 역량은 활발한 다른 제품 산업 기업의 인수 및 공격적 마케팅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됐다.

P&G의 사례와 같이 지금은 어떻게 제조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 고민이 절박한 시점이다. 모바일 시대 이후 수요 변동성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라인 유연성, 생산성, 신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현재와 같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서는 공격적인 라인 증설을 지양하고 프로세스 및 공정의 효율화로 요소 투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일회성 혁신이 아닌 지속적 성과를 위해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검증된 제조방법론 도입과 작업자에게 권한과 자원을 부여하는 현장 중심의 문화 재정립이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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