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아·태 지역 25인] 12위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strong>국내 금융업계 최초 여성 CEO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5년 11월호 스페셜 리포트 ‘Most Powerful Women’ 하위 콘텐츠로 실린 기사입니다.>

▶2013년 12월 IBK기업은행의 임원 인사 명단에는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IBK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된 권선주 당시 리스크관리본부장이었다. 이날의 인사는 금융권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 탄생으로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2015년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2년 연속 포춘이 선정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25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포춘은 올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들의 주요 특징을 배짱과 투지라고 분석했다. 순위권에 오른 이들 모두가 배짱과 투지를 가졌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확실히 그 둘을 가지고 있다고 할 만하다. 언뜻 권 행장의 차분한 이미지와 동떨어져 보이는 특징이지만, 금융권에서 회자되는 권 행장의 평사원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아주 바르고 꼿꼿하다고 합니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해요. 그런데 의외로 과거엔 아주 당돌한 면으로 자주 주목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이쪽 업계가 매우 보수적인 곳으로 통하는데, 권 행장은 앳된 평사원 시절부터 ‘제 실력이 이만하니 더 어려운 업무를 주십시오’라고 종종 요구해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보통 배짱이 아니죠. 여성 최초로 행장 자리를 꿰찰 정도의 인물이니 뭐가 달라도 달랐던 겁니다.”

권 행장이 추진하는 정책들은 ‘과감한’이란 수식어가 달려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권 행장의 업무 스타일을 보면 조심스럽기는 하나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권 행장은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자 2013년 12월 취임 직후 대출 금리를 인하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이듬해인 2014년 은행권 전체의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 33조 5,000억 원 가운데 약 23%인 7조 7,000억 원을 IBK기업은행 혼자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IBK기업은행의 현재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14조 7,000억 원으로 전체 시장점유율이 22.63%에 달한다. IBK기업은행 창립 이래 역대 최고 시장점유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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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 건 이러한 수치가 은행 건전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쌓아 올린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IBK기업은행의 요주의 이하 여신 비율은 3.0%로 전년도와 같은 수치를 보였다. 여신은 금융기관에서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을 말하는데,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위험 정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대손으로 분류된다. IBK기업은행의 요주의 이하 여신 비율 3.0%는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은행이란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권 행장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IBK기업은행의 존재 목적과 부실률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다 잡고 있는 셈이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정부 정책 지원에도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술 및 문화콘텐츠 금융 지원 확대 사업에서는 전체 금융사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권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창조금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권 행장은 특히 취임 4개월 만인 지난해 4월 ‘지적재산권 사업화 자금 대출’ 상품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지적재산권 사업화 자금 대출 상품은 시중은행 최초의 특허권 담보 대출 상품으로,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으나 자금이 취약한 주요 IT·문화콘텐츠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출시 당시 500억 원 규모로 출연했으나 최근에는 기업들의 인기에 힘입어 출연 규모를 1,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부문에서는 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문화콘텐츠 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 비용으로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3,312억 원을 썼다. 하지만 이 역시 권 행장이 중소기업 대출 금리 인하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배경으로 한 지원이었다.

이 덕분에 IBK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 기업 금융 지원은 단순한 사회공헌 사업을 넘어 IBK기업은행의 수익사업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주로 영화 콘텐츠 기업들을 선별해 많은 지원을 했는데, 투자한 대부분의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투자 수익률이 많게는 수백%에 이르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이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영화들을 열거해보면 ‘수상한 그녀’(220%), ‘관상’(140%), ‘명량’(114%), ‘국제시장’(78%), ‘신의 한 수’(55%) 등이 있다.

이렇듯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큰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내년에도 포춘의 아·태 지역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듯하다. 국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업종으로 평가받는 금융업계에서 유일한 여성 CEO로, 그것도 성과가 아주 탁월한 CEO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권 행장이기에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기대해본다.

김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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