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김무성 대표님, 조금만 곱게 말씀하시죠


요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하는 얘기를 들을 때면 조마조마하다. 집권당 대표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은 거친 언사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말이 나올까 듣는 이가 불안할 정도가 됐다.

최근 대표적으로 충격을 준 말은 역사학계에 대한 발언이다. 그는 지난달 7일 "우리나라 역사학계 90%를 좌파학자가 점령하고 있다"고 말하더니 열흘 뒤인 17일에도 "우리나라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다"라고 단정했다. 김 대표가 한국 역사학자 중 몇몇을 만나봤는지 모르겠지만 특정 학계 종사자의 90%를 좌파로 단정한 것은 진실을 외면한 발언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청년들과 교육계를 마음 아프게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3일 "청년들은 뭐만 잘못되면 국가 탓, 사회 탓을 한다"며 "잘못된 역사교육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4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먹는 식사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아이들 머릿속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가는지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구상에 한국처럼 부모들이 아이 공부에 관심 갖는 나라가 또 없을 것이라는 건 김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노동계에 대해서는 더 가혹하게 말한다. 노동 관련 법안 개정을 추진하던 지난 9월에는 "노동자들이 쇠파이프로 경찰을 때리는 나라에 어떤 나라가 투자하겠냐. 노조만 없었으면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가 문제가 되자 발언을 취소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하는 독설의 특징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역사학계는 좌파고 노조는 폭력적인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식이다. 좌파 역사학자가 미우면 특정인을 비판할 것이고 폭력 노조가 문제라면 전체가 아닌 바로 그 노조를 지적해야 한다. 이 같은 집단에 대한 단정, 그리고 보수가 아닌 집단이나 개인은 '좌편향' 또는 '좌파'로 보는 편협한 시각은 편 가르기만 가속화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독설이 주로 야당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하는 발언에 특정 집단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인이 꼭 품위 있고 우아한 말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보통 사람의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호소력이 크다. 그러나 험하고 거친 표현, 편 가르기를 재촉하는 이분법적 논리는 자제해야 한다.

현재 국회는 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올스톱된 상태다. 김 대표는 진정 야당이 돌아오기 바란다면 보다 곱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 '국민 현혹' '정치적 선동' 등의 표현은 야당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부 맹준호 차장 nex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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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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