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외에도 일방적인 점포 배정과 불법 영업 상인에 대한 관리 소홀, 함께 지어진 농수산식품공사 업무건물의 80%에 달하는 공실률, 전체 사업기간 연장으로 인한 영업 피해 등 문제 제기가 잇따르며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이 1단계 공사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1985년 지어진 가락시장은 54만 3,000㎡, 축구장 70여 개 크기의 국내 최대 재래시장으로, 지난 2009년부터 현대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장 동쪽 모서리에 자리 잡은 가락몰은 총 3단계인 현대화사업의 1단계로, 청과·수산·축산 직판시장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경매장과 대형 도매상을 위한 2~3단계 공사가 진행된다.
가락시장에서 20여 년째 수산물 직판 거래를 해온 상인 김 모(52)씨는 “현재 가락시장 바닥에는 상당히 큰 하수관이 깔렸는데도 툭하면 막혀서 바닥이 물이 질척거린다”며 “가락몰에 깔린 얇은 관으로는 수산물 점포에서 나오는 물고기 비늘이나 내장 찌꺼기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냉장 배관시스템으로 설계돼 냉장 진열대와 저온창고의 실외기가 필요 없다는데, 가게마다 서너 대의 기계와 각각 다른 용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점포 이전을 강행한다면 청과처럼 수산물 상인들도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가락몰 공사현장을 함께 돌아본 건축업계 관계자는 “바닥 배수관이 좁고 수도 많지 않아 자주 청소하지 않으면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내 공간에서 해수와 오염수로 인한 환기가 중요한데, 냉난방과 맞물려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사 측은 매달 임대료를 기존대로 유지한다고 강조했지만, 관리비에 대해서는 아직 협의 중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측은 충분히 고려했다는 반응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물질이 걸러지도록 유선형 관(트랩)이 1층과 지하 양쪽에 설치돼, 특별히 고안한 여러 종류의 청소도구까지 활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며 “중앙냉장 시스템도 기존 수요보다 30% 이상 여유 있게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과상인 측의 요구에 따라 연말까지 외부~지하 1층, 지하 1층~지하 2층 연결 램프(진출입로)를 새로 만들고, 엘리베이터도 3개 늘린다”며 “모든 준비가 100% 완벽할 수 없겠지만 상인회와 매주 논의하고 있고, 향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문제없게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사 측 입장을 전해 들은 어패류 직판 상인 유모씨는 “이제 1단계 공사가 끝나가는데 공사기간과 비용 모두 2배로 늘어난다고 들었다”며 “실제로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자문을 구했다면 이런 일은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