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격화돼 가는 글로벌 경쟁 심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우리 제조업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은 우리 경제와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둥으로 제조업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실업은 사상 최고치를 날로 경신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의 일자리 안정성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뿌리기업들의 구인난은 심각한 편이다.
뿌리산업은 주조와 금형·소성가공·용접접합·금속열처리·표면처리 산업을 통칭하며 자동차·정보기술(IT)·조선 등 우리나라 주력제조업의 핵심공정을 담당하는 제조업의 근간이다. 뿌리산업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는 현재 각각 2만7,000개와 48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각각 7.3%와 12.6%나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중요성과 최근의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뿌리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뿌리기업 근무는 고된 일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되면서 인력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일선 기업들이 애써 육성한 숙련인력을 대기업에 고스란히 뺏기는 경우도 많아 인력 부족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업계는 양질의 노동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뿌리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을 선정해 홍보하며 3D업무가 필요한 부분에 가급적이면 자동화 시설을 구축하기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력 문제는 여전히 해결 난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고용 확대를 위한 일자리 나누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논의도 뿌리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은 총임금의 감소로 노동자에게도 불이익이고 기업 입장에서도 공장 가동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업계의 현실을 간과한 대책이다.
이에 반해 최근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근로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표됐는데 이는 확실히 뿌리기업의 인력난 완화에 도움이 되고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다소나마 완화해줄 것이라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 업계도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고 있어 지난 10월15일 이러한 염원을 담아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뿌리산업에 파견근로 허용은 특혜도 아니고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3D산업이라는 선입견과 경직된 노동시장 등으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며 고사 직전에 있는 뿌리산업. 이 종목의 나무에 수액 처방을 하는 것이다.
뿌리산업에 파견인력 허용이라는 처방은 뿌리산업을 넘어 제조업, 그리고 우리 산업과 경제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고금의 진리다. 법안 통과와 더불어 묵묵히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뿌리산업과 그 종사자들에 대한 우리 국민의 많은 관심과 응원도 함께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