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래 트렌드 읽지 못해 몰락한 야후 남의 일 아니다

미국 포털업체 야후가 창업 20년 만에 본업인 인터넷 사업에서 손을 뗄 모양이다. 외신에 따르면 야후는 검색·e메일·뉴스 등 인터넷 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1년 정도의 분사작업이 마무리되면 야후는 투자전문회사로 간판을 바꾼다고 한다. 말이 분사지 포털사업은 매각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벌써 통신기업 버라이즌과 AT&T·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때 포털 강자로 군림했던 야후가 핵심사업을 접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사 인터넷 사업이 경쟁력을 잃었다고 본 것이다. 당초 알리바바 지분을 떼어내려 했다가 포털사업 분사로 방향을 튼 게 세금 문제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 인터넷 분야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계속 잘 나갈 핵심사업이라면 정리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야후의 변신은 현실에 안주하다 모바일 시대를 대비하지 못한 대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야후는 구글·페이스북 등 모바일 강자에 밀려 방문자 수가 감소하고 검색광고를 비롯한 인터넷 사업 실적이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 3·4분기 순이익이 7,600만달러로 전년동기의 67억달러에 비해 급감했다.

이같은 몰락은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업체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잠깐이라도 방심하다가는 어느 기업이나 똑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 그러잖아도 지금은 글로벌 경제침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인수합병과 사업재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10일 세계 3·4위 유화업체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에 이어 11일에는 중국 양대 해운사 합병으로 곧 세계 4대 해운 공룡이 탄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에서도 도시바·후지쓰와 소니에서 분사한 바이오 등 개인용컴퓨터(PC) 제조 3사가 생존을 위한 통합을 추진하는 등 산업지형이 격변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산업계는 시작단계에 불과한 상황이다. 삼성과 한화, 삼성과 롯데 간에 이뤄진 빅딜 정도다. 최근 삼성과 현대차·LG가 자율주행차 개발 등 미래 성장동력 투자를 본격화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움직임이 더 확산돼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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