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폭스바겐 이번엔 가솔린차…

1,400㏄급 엔진 장착 80여만대서 CO2 배출수치 불일치



독일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의 스캔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제는 디젤 차량에 이어 가솔린 차량까지 배기가스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배출물질도 질소산화물 배출량 조작에서 이산화탄소 과다배출이라는 새로운 이슈로 확대됐다. 폭스바겐그룹이 생산하는 거의 모든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이 기준에 미달하는데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과다하다는 뜻이어서 폭스바겐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내부조사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수준에 대한 설명되지 않는 불일치가 발견됐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폭스바겐그룹에서 생산한 80만대 차량이 이 불일치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회사 측은 FT에 이번에 문제가 된 차량은 대부분 디젤이지만 최소한 하나의 가솔린엔진 차량도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의 가솔린 차량에서 유해물질 배출량과 관련된 문제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T는 이산화탄소 과다배출 관련 차량은 1.400㏄급 엔진이 장착된 차량이라고 전했다. 폭스바겐 폴로·골프는 대부분 1,400㏄급 엔진을 사용하며 아우디·시트·스코다의 일부 모델에도 이 엔진이 장착돼 있다. 폭스바겐은 이번 이산화탄소 불일치 문제로 발생할 비용이 20억유로(약 2조4,800억원, 21억9,1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은 지난 9월 미국 환경청(EPA)의 첫 적발 이후 폭스바겐이 2,000㏄급 디젤차 1,100만대에 조작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규모 리콜을 발표해 한동안 수그러드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 전날 폭스바겐의 2014~2016년형 3,000㏄급 디젤차에도 배기가스(질소산화물) 조작장치가 부착됐다는 EPA 발표에 이어 이날 휘발유 차량을 포함한 일부 모델의 이산화탄소 과다배출 사실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로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폭스바겐 디젤차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실험실에서만 질소산화물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소트프웨어를 조작해 눈속임한 것이라면 이산화탄소 과다배출은 저감장치가 아닌 차량 엔진의 성능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FT는 "이산화탄소 과다배출은 질소산화물 배출보다 소비자에게 더 중요한 문제"라며 "이산화탄소 배출과 연료 소비가 직접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 과다배출 문제 해결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FT는 관측했다.

한편 폭스바겐 스캔들이 불거진 뒤인 지난달 미국에서 폭스바겐 차량 판매가 경쟁사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146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7% 급증했지만 폭스바겐은 3만387대로 전년보다 0.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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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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