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국가 중 60%가 환율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이 제도를 채택한 나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16일 국제통화기금(IMF)의 2015년 환율제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188개 회원국 가운데 환율 페그제 채택 국가는 전체의 59.7%인 110개국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쓰거나 환율을 달러화에 고정하는 등 달러화를 기준 삼아 환율을 정하는 국가는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모두 65개국이다. 변동환율제는 35.1%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5.2%는 기타로 분류됐다.
금융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페그제를 채택하면 급격한 환율 변동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 제도를 채택한 나라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만 연동해 관리하다 최근 미국을 포함한 13개 주요 무역 상대국의 화폐로 구성된 통화바스켓과 연동시킬 것을 시사한 것도 연준의 금리 인상 후 달러화 강세가 심화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의 경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페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0년 동안 미화 1달러를 3.75리얄로 고정해 환율 안정성을 누려왔으나 지난해부터 국제유가 급락으로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재정이 악화하자 페그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